오랜만에 찾아간 친구 집 거실에 들어서자 형형색색 화려한 꽃다발이 눈에 띈다. 1년인가, 1년 반 전인가 본 꽃인 듯한데, 향기도 진하고, ‘생화가 아니고 조화(造花)인가’ 의아해하니 친구가 진짜 꽃이라고 한다. 꽃향기는 가끔 뿌리는 향수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종이로 만든 꽃이 아니라 생화가 2년, 3년 모양과 색상을 유지할 경우를 가상으로 설정해봤다. 그런데 이제 가상이 아닌 실제가 될 전망이다. 꽃의 장수시대가 열린다. ‘장수 꽃’이다.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이 꽃의 수분을 뺀 뒤 다양한 색을 입혀 오랜 기간 보존하는 ‘보존화’, 이른바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제작기술을 생화 가공전문업체인 나무트레이딩과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은 “화훼분야 블루오현 창출의 일환으로 2007년에 보존화 제작기술에 관한 연구를 착수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나무트레이딩 사와 공동연구를 실시해왔다”며 “보존화 기술 국산화에 성공함에 따라 화훼소비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존화는 생화의 수분을 유기용매로 빼내고 조직의 유연성과 형태를 유지해주는 보존제로 바꿔주면 2∼3년까지도 형태와 색상이 유지되는 화훼장식 소재. 게다가 이 기술은 보존액 가공과정에서 여러 색으로 염색할 수 있어 다양한 장식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보존화는 1송이 소비자가격이 8천∼1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비싼 까닭에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진청은 “이번에 보존화 제작기술 국산화에 성공함에 따라 소비자가격을 현시세의 절반인 4천∼5천원으로 낮춰 일반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내 절화시장에 활기를 넣어줄 아이템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 보존화 제작기술은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일본의 경우 보존화 시장은 최근 5, 6년간 꾸준히 확대돼 현재 생화시장의 3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원예원 화훼과 유은하 연구사는 “보존화는 생화 생산량이 많은 시기에 농가에서 직접 제작해 활용할 경우 소득향상에 도움이 될뿐더러 화훼 소비나 생산 양쪽에 블루오션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기술로 제작한 보존화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서울에 있는 GS마트 7곳에서 첫선을 보였다. 농진청은 이날 시험판매 결과를 토대로 향후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도록 연구와 단계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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