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정풀’ 님의 글입니다.>

최근 농림부는 농촌지역개발에 참여하려는 컨설팅업체의 등록제를 실시했다. 최대 70억원 규모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컨설팅업계의 부실컨설팅 사례와 폐해가 심각하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제도이다.

농촌지역개발 일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컨설팅업체를 가려내겠다는 정책목적이다. 그래서 농촌지역개발 사업을 벌여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지켜보려는 농민들로 하여금 더불어 일할 좋은 업체를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역시 제도일 뿐, 현실은 또한 엄연한 현실로 남아있다. 본디 농촌지역개발사업의 제도와 지침마다 마땅히 농민이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 계획부터 세우고 사업도 꾸려가도록 규정하고 명시해놓고는 있다. 하지만 평생 농토에만 매달려 농사만 짓고 살던 농민들이 그런 일을 스스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농민들은, 심지어 ‘필요악’으로까지 부르는 일부 농촌지역개발컨설팅업체와 엮일지도 모르는 우려를 안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선택을 하고 있다. 보다 큰 불행은 설사 더불어 일하기 원하는 업체가 있다고 해도 오로지 마을 주민들 뜻대로 업체를 선택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더불어 일할 업체를 정하려면 경쟁입찰이라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일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보다 입찰경쟁에서 이기는 기술과 방법론이 뛰어난 업체들이 일을 맡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그저 제안서나 보고서를 기계적으로 찍어내 전국의 입찰 판마다 기웃거리는 자격미달, 함량미달, 도덕성 미달의 사이비 업체들마저 버젓이 횡행하는 지경이다.

이런 업체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주로 홍보, 마케팅, 디자인, 정책, 일반경영 등 그동안 농업이나 농촌이라는 화두와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해오던 비전문적인 업체들이라는 점이다. 농업과 농촌을 그다지 사랑해보지 않은 업체들이다.

또 이런 업체들이 맡아 일했던 마을이나 지역마다 한결같이 사업 자체가 부진하거나 표류하는 등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어쩌면 당연한 특징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이런 업체들의 뒤에는 모 정치인이 버티고 있다든지, 모 지자체장이 봐주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한 것도 한결같은 현상이다.

문제는 이런 업체가 변칙과 반칙을 무기삼아 국가의 예산, 국민의 혈세를 부적절하게 챙기고 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엉터리 컨설팅업체들의 난립과 횡행이 방치되면 농촌지역개발컨설팅 업계 전체는 물론, 농촌지역개발 사업의 정책목적과 가치, 나아가 농업과 농촌의 터전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관련 업계와 농촌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른바 농촌지역개발 일, 또는 ‘마을 만들기’라고도 부르는 일의 속성 자체가 신이 아닌 한낱 사람으로서 그야말로 만족스럽게 잘 해내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일거리이다. 근본적으로 농업과 농촌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식과 이해를 갖추는 것은 물론, 그전에 농업과 농촌, 무엇보다 농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없으면 능히 해내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주로 생태, 환경, 조경, 관광, 건축, 도시계획, 농학 등을 학교에서 공부한 대부분의 농촌지역개발 컨설팅 업체와 전문 컨설턴트들은 생업 이상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돌아오는 농촌,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마을도우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들 위해 일하고 있는 대다수 마을만들기 일꾼들의 진정성을 지켜줘야 한다. 불법과 부정으로부터 농업과 농촌의 순결함을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 지금 농촌지역개발 사업 판에서 투전판을 벌이고 있는 ‘농촌마을을 망치는 회사들’의 도발과 폐해를 당장 끊어내지 않으면 농업과 농촌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아플 것이다. 내일의 농촌마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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