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시, 9개 군으로 이루어진 충청북도. 150만의 인구에 23만5천명이 농업에 종사(15.7%)하고 경지면적은 129,184ha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접해 있지 않은 내륙 산악지역이다. 전체인구 150만 중 청주 충주 제천 등에 97만명이 집중해 있는데 비해 그곳의 농업인구는 6만3천명(6.5%)에 불과해 나머지 9개 군의 농업인구비중(32.5%)이 높다.

충청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김환동)의 6명의 소속의원은 대부분 농촌지역출신으로 농업·농촌 정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은 행정복합도시유치특위와 오송분기역유치특위 의원을 겸임하면서 급변하고 있는 충북도 산업구조 속에서 농업인의 권익이 손상되지 않고 다른 산업과 이익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환동 위원장을 만나봤다.

‘지농파(知農派)’ ‘친농파(親農派)’ 위원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농업인과 가깝다는 평인데.
▶나 뿐 아니라 소속의원들 모두가 농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농촌지역이 지역구라 농업인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나 역시 괴산에서 30년 넘게 종묘와 농약상을 해오고 있다. 농업인은 사업 파트너요, 고객인 셈이다. 늘 농업인들이 내 은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바쳐 보답할 것이다. 과거에 돈 좀 벌려고 과수 등 이것저것 농사도 해 봤으나 재미는 못 봤다. 농업은 참 고되고 힘든 산업이다. 지금껏 많은 것을 양보해 온 농업인들 앞에 미국과의 FTA가 기다리고 있다. 농업인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

산업경제위원회 활동 중 농업분야에서 이런 것은 꼭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역점사업, 중점사업 등 이름만 거창하고 추상적인 농업 활성화방안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작은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거두는 법이다. 농가부채의 가장 큰 원인인 농기계문제를 생각해보자.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농기계가 조작 미숙, 관리소홀 등으로 애물단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안 살수도 없고 구입하자니 돈이 문제다. 농기계 구입하라고 대출해주고 보조만 해줘봐야 빚만 지게 된다. 큰돈을 대출받아 구입해도 승용차처럼 매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농기계은행 등 좋은 제도도 있지만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각 시·군에서 농기계전문운전요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농기계전문요원의 육성’이랄까?

이들을 필요로 하는 농가에 가서 필요한 장비로 영농기계화작업을 해 주면 굳이 기계를 구입할 필요도, 어렵게 사서 방치하지도, 조작 미숙으로 고장 내지도 않을 테니 엄청난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전문요원 양성과 여기에 드는 비용, 작업일정 및 순번에 대한 홍보 등 세부적인 것은 물론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위원장으로서의 핵심적인 활동은 해당 분야 예산에 대한 적절한 심의와 감독일 것이다.

농업분야 예산집행에서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충북은 재작년 폭설로 많은 시설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시설의 50%를 융자받아 시설하자
마자 폭삭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이 다시 시설 복구를 할 경우 50%를 추가 융자해 준다 해도 그들은 고스란히 시설금의 100%를 빚지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구지만 빚에 짓눌려 재기할 수 없게 된다. 도는 그들에게 시설 보수를 먼저 해야만 피해지원금을 주던 관례를 깨고 시설복구를 포기한 농가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천재지변으로 평생의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충분하진 않았겠지만 그 자금이 불씨가 돼 재기에 성공한 농가들을 볼 때마다 의정활동의 보람을 느낀다.

최근 미국과의 FTA를 앞두고 농업인들이 다시 분노하고 있다. 정치인을 불신하는 농업인들도 많다. 지역농업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가지고 있나?
▶재작년 가을 추곡수매 때 충북도청 앞에는 수백 가마의 쌀을 적재해 놓고 불을 지르려는 분노한 농민 시위대로 가득했다. 의원들이나 공무원들이 그들의 기세에 눌려 아무도 나가지 못했다. 농업인 대표와 대화하려 광장에 나갔다가 성난 농업인에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을 진정시켰고 그들은 농업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이해했다며 미안해했다.

이후 도지사와 농업인대표 면담이 이루어졌다. 너무 답답하고 앞길이 캄캄한데 이렇게 하소연이라도 안 하면 화병이라도 걸릴 것 같다는 농업인들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정말 많은걸 원하는 게 아니었다. 평생을 농업인과 함께 생활했지만 그 날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농업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우처(Voucher)제도를 통한 농업지원제도를 제안하고 있는데.
▶’바우처’는 독일에서 온 개념으로 쉽게 말해 특정분야상품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농산품 상품권으로 농산물만 사고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일종의 ‘영농 쿠폰’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예산을 심의하다 보면 두루 뭉실한 예산지원으로 정작 농가는 자금을 효과적, 집중적으로 쓰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활자금으로 흐지부지 없어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 막상 영농활동에는 쓸 돈이 없다.

그래서 다른 곳에는 못쓰고 영농활동에만 쓸 수 있는 쿠폰 형태의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여성, 복지, 문화부 등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 육아 바우처 등을 시행하면서 다소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 지난해 농림부도 친환경농업바우처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제도를 미숙하게 운영하면 공급자만 좋아질 우려도 있다. 다른 부처의 실패를 교훈 삼고 농업인들이 효과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면 합리적인 예산 운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농업인신문 자매지 ‘여성농업인신문’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양 신문과 독자들 모든 농업인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나도 농업인을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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