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파동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중국에 한국 김치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이번 김치 파동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2002년부터 2005년 3월까지 3년간 중국 베이징(북경·北京)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에 김치를 홍보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직후인 2002년 7월4일 베이징 동방(東方)광장 지하에서 최초로 한국김치홍보행사를 열었으며 김치시식행사, 김치 무료로 나눠주기 등 김치홍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하선정식품, 두산종가집, 동원양반김치 등 국내 김치회사들이 잇따라 중국에 김치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한국인이 사스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김치에 다량 함유된 마늘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의 김치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및 한국의 잇단 김치파동에 소비자들은 비위생적인 농수산물을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정부의 소홀한 검역체계를 힐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김치파문이 더이상 확산돼서는 안된다.

국내 식량자급도가 30%에 불과하고, 먹거리의 상당부분을 중국산 농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우리에게 득 될 게 없다.
중국산 농수산물의 경우 우리와 식생활 습관이나 기후, 환경 등이 비슷해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차피 식량의 70%를 외국 농수산물로 대체해야 한다면, 무조건 ‘중국산 농산물’이라고 기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양질의 농산물을 안심하고 수입할 ‘권리’를 되찾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중국산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 국가들은 중국 현지를 방문해 생산현황과 주변환경 등 모든 조건을 검토하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질 높은 농수산물을 수입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 농산물 수입에 앞서 검역을 위해 방한하는 사례도 흔하다.

유독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농산물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입상들이 품질이 아닌 싼 가격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도 아무리 좋은 농산물이라 할지라도 중국산이면 일단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재 중국산 김치 반포기(1kg)의 가격은 중국의 증치세(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하더라도 5백원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8백원은 돼야 하지만, 수입업자들이 수지를 맞추기 위해 무조건 깎아내린 결과다.

현재 가락시장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김치 10kg 한 박스가 1만2천원이므로 무역상들은 두 배의 차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 ‘차익’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돼 지금의 중국산 김치파동이 터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식품에는 유해성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산 김치파동이 터지니까 무조건 중국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중국 정부가 불편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에 검사관을 파견해 현지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작황현황이나 생산, 유통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해 시시각각으로 국내 유통업자와 생산업자, 관계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김치공장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청도지역에 조사원을 파견해 일차 농산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파견 계획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만약 체계적인 검역절차가 이루어진다면 농민은 중국산 수입개방에 대비해 품질경쟁 등 농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심혈을 기울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안전한 식품을 사먹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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