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선수가 축구 국가대표선수이었던 시절, 홍콩과의 국가대표 평가전이 벌어졌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4:1로 지고 있었다. 이제 후반전 남은 시간은 단 5분. 이때부터 전광석화 같은 차범근 선수의 골 잔치가 시작됐다. 5분 동안에 혼자 무려 3골을 넣어 4:4 동점을 만들었다.

운동경기에서 막판 뒤집기는 때때로 기적으로 평가하기 일쑤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꼭 기적 때문인 것은 아니다. 운동선수도 사람인 이상 경기를 시작할 때나 경기 종료시점에 가서는 심리적으로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얼마나 긴장하느냐, 소위 발바닥에 땀이 얼마나 빨리 나고 끝까지 유지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작물시험장에서는 지난 ’95년부터 보리재배의 생력화를 위해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종합 투입한 대단위 기계화재배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95년도 첫해에는 보리재배에 투입되던 농가의 총 노력투하시간이 23.6시간/10a 이었던 것을 8.4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로타리 작업과 동시에 보리 파종, 비료살포기에 의한 비료 살포, 범용콤바인에 의한 수확과 건조기에 의한 건조작업으로 투하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건조 후 선별 및 포장작업시간은 관행을 넘어선 단축된 투하시간을 얻을 수가 없었다. 즉 생산물 출하를 위한 선별 및 포장작업은 여러가지 조건으로 노동력 투하시간을 단축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보리 수확 후 관리를 위해 충남 논산의 미곡종합처리장을 이용한 산물처리 농가실증 시험을 병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논보리를 수확해 건조되지 않은 상태의 수확물을 그대로 미곡종합처리장으로 운반한 후 건조, 선별 및 저장에 이르기까지 일관작업으로 수행해 수확 후 관리시간을 4.4시간/10a에서 1.9시간으로 끌어 내렸다. 더불어 그 동안 꾸준히 생력화된 보리재배의 총 노력투하시간도 13.6시간/10a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으며, 겸해 미곡종합처리장의 연중 가동일수도 늘릴 수 있어 농가 소득 증대도 기대됐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북해도 지방의 총 노력투하시간 3.1시간에는 못 미친다. 이는 앞으로 더 풀어야 할 문제점으로 남아있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어느 일이던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겠지만 수확 후 관리처럼 끝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은 운동경기에서나 보리재배에서나 인간에게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끝내기 잘하는 이창호 기사가 왜 승률이 높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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