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보리밥이 맛이 없다구요?

어른들에게 한 여름 맛있게 먹던 음식 중 무엇이 있었느냐 물으면 아마도 대개는 된장에 풋고추 찍어서 물 말아먹던 보리밥을 이야기를 안 하는 이는 없을 거다.

여기에 오이지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이고. 그만큼 보리밥은 우리들의 추억의 음식이었다.

농촌생활연구소의 식품 분석 결과에 의하면 보리에는 단백질, 지방, 칼슘, 철, 인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류가 쌀보다 5∼20배정도 많게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보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가정의 영양 공급원이었다.

보리 전분립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원형이며, 큰 것은 32∼37μ, 작은 것은 4∼6μ크기이다. 작은 것의 비율은 무게나 부피는 약 10%이나 수로는 약 90%이다. 이 전분립의 크기나 형태는 호화(밥이 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전분은 아미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며 일반적으로 아미로스 함량은 13∼24%의 변이를 보이지만, 최근에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찰보리는 거의 100%가 아밀로펙틴으로 돼있다.

찰보리 전분은 호화온도가 낮고, 글루코스(포도당)나 말토스(맥아당)로 쉽게 분해가 되기 때문에 말토스 함량이 높은 시럽 생산에 이용성이 크다.

보리 속에 들어있는 녹말은 아미로스와 아밀로펙틴 사슬이 규칙적인 베타 녹말상태이며 여기에 물을 붓고 끓이면 물분자가 녹말 사슬 사이로 들어가 이를 파괴해 녹말은 불규칙한 구조가 된다.

따라서 밥을 지으면 보리는 물을 약 3배정도 흡수하고 보리밥은 약 4배로 늘어난다.

찰보리는 메보리에 비해 호화 개시온도와 최고점도(끈기)에 도착하는 시간이 빠르고, 최고점도가 높으며 최저점도, 최종점도, 굳음성은 낮다. 이는 전분립의 형태나 크기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데 전분립의 크기가 작은 것이 호화온도가 높다.

찰보리의 전분구조는 아밀로펙틴으로만 돼 있어 밥을 지으면 더욱 엉키게 돼 찰기를 띠게 된다.

이처럼 물분자가 녹말사이에 들어가 있는 상태를 알파 녹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알파 녹말 상태는 베타 녹말 상태보다 훨씬 부드러우며 먹기도 쉽고 소화도 잘된다.

그러면 왜 식은 보리밥이 맛이 없을까?

알파 녹말 상태의 보리밥이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이 빠져나가면서 점차 베타 상태의 녹말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 속에 있는 물분자가 달아나지 않도록 밀폐된 용기 속에서 따뜻하게 보관하면 비교적 밥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보온 밥통이 없던 시절 아랫목에 사기 밥그릇을 이불로 감싸며 겨울 저녁 서방님을 기다리던 아낙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런데 밥이 식으면 보리밥은 쌀밥보다도 더 딱딱하다. 이는 보리에는 섬유소가 쌀에 비해 6배 이상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섬유소에는 건강기능성이 높은 베타글루캔이 쌀보다도 50배 이상 함유돼 있어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고 지방 축적을 억제하며 비만 방지에 효과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식이요법으로 애용한다.

아하, 보리밥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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