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없이 보리농사 지을 생각 마라

보리재배는 늦가을에 파종하는 가을보리와 이른 봄 해동 후 파종하는 봄보리로 구분하는데 봄보리 재배는 월동기간만큼 생육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확량이 낮다.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로 가을보리를 재배한다.

가을 보리로 재배할 때에는 겨울을 나야하기 때문에 월동 중 동해에 유의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리는 겨울 동안의 기온이 -17℃가 지속되면 동사한다. 그래서 월동 중 저온에서의 피해가 적도록 보리 생육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보리가 저온에 강하도록, 겨울을 잘 지내려면 주간엽수, 즉 원 줄기에서의 잎이 5∼6개가 나오도록 지역에 따라 파종기를 조절하여야 한다.

이 시기보다 생육 진전이 빨라 잎이 더 많은 상태로 월동을 시작하면 생식 생장을 개시하여 월동 중 저온 피해를 받게 되며, 이보다 생육이 늦어 잎이 2∼3개면, 이때가 보리 생육기간 중 내동성이 가장 약하고, 이 같은 상태로 겨울을 맞으면 월동이 불량하고 월동 후 생육이 지연된다.

임산부나 어린아이가 젊은이보다 겨울철 건강에 더욱 유의하여야 하는 점과 비슷하다.

물론 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선택한다거나, 그밖에 보리밟기를 하여 체내 수분을 감소시키고, 과도한 생육을 억제하며, 세포액의 농도를 높이고 뿌리의 발달을 좋게 한다던가, 또는 평지에서는 이랑의 방향을 동서로 하여 내한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월동전 생육은 조절하여야 한다.

비료 3요소 중 맥류에 대한 인산의 생리작용은 초기 생육과 관계가 깊고 내한성을 높여주는 기능 때문에, 그 효과는 북부지방에서 크고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에 갈수록 떨어진다. 특히 월동기간 중 기온이 낮을 때 비효는 현저하다.

칼륨은 세포의 팽압을 유지시키고 당 함량을 높여 내동성을 높여주는 기능 때문에 인산과 마찬가지로 북부지방에서의 비효가 남부지방보다 약 2배정도로 크다.

경기지방에 '재 없이 보리농사 지을 생각 마라' 라는 농사속담이 있다. 재는 화학비료가 없었을 때 짚이나 나무를 태워서 얻었던 자급비료로 주로 기비로 쓰였다.

주성분은 탄산칼륨인데 보통 칼륨 함량은 5∼7%, 인산 2∼3%, 석회 2∼15%이며 알칼리성 비료이다.

재의 성분은 재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해바라기 재에는 칼륨 함량이 36%나 되고, 밀짚 재에는 인산 함량이 6%이며 나무 재에는 석회 함량이 30%이상이 나간다.

농사직설(1429)에 보면, 보리를 일찍 심으면 뿌리가 깊이 내려 추위에 견디고 늦게 심으면 이삭이 잘아진다(早種則根深耐寒 晩種則穗小)고 하여 저온 피해를 염두에 둔 파종적기를 강조하였다.

또한 베어 밭두둑에 쌓아놓은 풀을 밭 위에 두텁게 펴 불태우고 재가 흩어지기 전에 갈고 씨뿌리고, 나쁜 밭은 2배로 펴라(其草厚布田上 火焚 擲種及灰未散耕 薄田倍加布草) 하고 만약 재가 없으면 인분, 우분을 쓰도록 하여 차선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재에는 보리의 내한성 기능을 높여주는 인산, 칼륨 비료가 함유되어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옛 사람들은 이미 재의 내한성 기능을 파악하고 있어, 보리 농사에는 인산 칼륨 함량이 각각 0.5%이하인 인분, 우분보다도 그 함량이 높은 재가 꼭 필요한 것임을 강조한 것을 알 수 있다.

'재 없이 보리농사 지을 생각 마라' 그것도 남부지방이 아닌 경기지방의 농사속담이다. 조상들의 농사 지혜가 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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