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구제역 발생 사태와 시사점

鄭 靖 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경기도 파주와 충남 홍성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우리 축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제역은 제1종 전염병으로서 전파력이 강하고 병원체인 바이러스 혈청형이 다양하여 일단 발생하면 각종 매개체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며 치료가 불가능하고 근절이 어려워 축산업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무서운 가축전염병이 축산업, 특히 한우·낙농·양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 나라에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97년 이후 혹독한 구제역 파동을 겪었던 대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신속한 대책을 강구하여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대만은 1997년 3월에 신주(新竹)현의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새외어 급속하게 전파되어서 불과 2개월만에 3개현·시를 제외한 전국 20개 현·시로 확산되었다. 발생 4개월이 지난 7월 중순이후 추가 발생이 없다가 기온저하와 백신접종 소홀로 돼지의 저항력이 떨어져 12월부터 다시 산발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때 약 4,200개 농장의 100만두 이상이 구제역에 감염되었으며 19만두가 폐사하였고 385만여두는 살처분되었다. 대만경제건설위원회의 추계에 의하면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1997년 한 해 동안 6조 5,600억의 직접손실액이 발생하였다.

사실 대만도 1997년 구제역 발생이전만 하더라도 한국, 일본 등과 함께 아시아지역에서 구제역 비발생국가(청정지역)였다. 1929년 이후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던 대만에 구제역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구제역 발생지역인 동남아 지역 여행자를 통한 감염과 국내로 밀반입된 축산물을 통한 감염 등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대만정부는 우선 국내 관련기관의 진단결과에 의거 구제역 발생을 공표하고, 가축전염병긴급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여 구제역 발생상황 파악, 소독 실시, 환경위생 개선 등의 조치를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또한 백신접종, 가축 등의 이동제한구역 설정, 살처분, 매몰·소각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였다. 특히 백신예방접종에 있어서는 1600만개의 백신을 수입하여 전체돼지에 두당 2회씩 무료로 접종을 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의 대부분은 구제역 발생 직후 국회에서 제정된 특별법에 의거 정부 특별예산으로 지출되었다. 최대지출항목인 살처분 보상액 등 지출규모가 비교적 큰 항목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방역사업 관련 비용은 지방정부가 부담하였다. 대만정부는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향후 5년간(1997. 7∼2002. 6) 3단계의 구제역 박멸계획을 수립하여 아직도 집행중에 있다.

구제역 발생은 대만정부의 양돈산업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양돈산업을 수출위주에서 내수위주의 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산업규모를 축소조정하기로 하고 적정규모 유지계획을 수립하였다. 둘째,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축산오폐수 오염기준을 강화하였다. 셋째, 모돈 500두이상 사육농가는 반드시 수의사를 고용토록 하였다. 넷째, 전염병 발생시 질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하여 1997년 7월 1일부터 돼지 거래시 개체표시의 이표 부착 및 백신접종증명을 구비토록 하였다.

한편 구제역 발생 공식선언 후 돈육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돼지가격이 폭락하여 구제역 발생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돈육소비는 점차 증가하여 1997년 10월에는 구제역 발생전의 90%수준까지 회복하였다.

이상의 대만 구제역 발생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째, 가축질병이 발생한 경우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예방 및 구제대책을 강구하여 조기에 퇴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초동방제에 실패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한다. 둘째, 정부 관련부처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양돈농가도 정부 시책에 적극 동참하여야만 손실을 최소화하고 조기근절을 이룩할 수 있다. 셋째, 국민들의 육류소비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제역이 인체에 무해함은 대만에서도 이미 증명되었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우리 나라 축산업을 살릴 수 있는 관건은 우리 국민 모두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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