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인 옥 안동여성농업인센터 소장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농업인센터 개소를 축하합니다’라는 농림부 장관의 축전을 받으며 안동여성농업인센터가 문을 연 지 1년이 됐다.

농촌에 살면서 종일제 보육시설은 꿈도 못 꾸고 면소재지에 피아노 학원이 하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연필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다섯살박이에게 네모칸 공책과 도시락을 들려 피아노학원에 보내놓고 밭일을 가야만했던 나 개인의 고단했던 농촌생활에서도 여성농업인센터는 너무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하물며 십 수년 전부터 여성농민의 지위향상과 안정적인 영농활동 보장을 위해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여성농민들에게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 생생한 기쁨이었다.

우리 안동여성농업인센터는 이 정책이 여성농민들의 오랜 염원속에서 이루어진 정책임을 이해하고 이 정책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 확대, 지속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자 하는 종사자들의 높은 신념 속에서 출발하였다. 사업 장소에서부터 보육, 공부방, 상담사업은 전무한 상태에서 출발하여 하나하나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작년 사업을 되돌아보면 우리 안동여성농업인센터는 상당히 교과서적이었다.

안동여성농업인센터는 면소재지에 있는 복지회관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 노인정을 제외하고는 텅 빈 채로 물품과 잡동사니 보관창고처럼 방치되어 면민 복지공간으로서의 제구실을 잃어버리고 있던 복지회관에 여성농업인센터가 들어섬으로써 유휴시설의 활용을 높여 면 전체에 활력을 줄 수 있었다. 필수사업인 보육, 공부방, 여성농민상담, 교육의 네 부분이 중요성 면에서 같은 비중으로 고려되어 진행되었다. 물론 보육과 공부방은 매일 운영되는 사업이라 가장 많은 시간과 인력과 비용이 투여된 사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육과 공부방은 여성농민의 영농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농번기에 점심조차 챙겨 먹일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되는 유아들과 여전히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센터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보살펴짐으로써 아이들에게 도움되고 부모들도 마음놓고 영농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농촌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서지도, 레크리에이션, 외국인영어회화, 종이접기 및 칼라믹스, 댄스, 성교육과 도덕성 증진훈련 등 다양한 아동·청소년 프로그램을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제공했다. 이로써 사교육 시설이 빈약하고 도농간 격차가 크던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센터를 통해 자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다양한 상담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여 전반적으로 열악한 작업환경과 강도 높은 육체노동, 농산물 가격에 대한 불안심리, 낮은 소득 등 현재 여성농민들의 고단한 삶에서 오는 고충에 대해 심리적 지지와 지원을 해줌으로써 센터가 여성농민들의 심리적인 쉼터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여성농민 교육내용과 방식에 있어서는 여성농민의 정서와 수준과 요구에 부합되는 것을 다양하게 시도함으로써 자아실현을 위한 문화활동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내면적 준비를 다지는 전문교육을 적절히 배합하여 운영하였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업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용자들이 ‘센터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는 생각을 갖도록 주민 참여도를 높이는 길뿐이다. 사실 센터의 주인은 여성농민들이다. 센터 종사자들은 농업과 여성농민을 위해 복무할 뿐이다. 주민 참여를 높이는 일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놀이방 공부방 자모회의, 초등, 중학교와 수시로 연계하고 학부모 및 학교 운영위원들과의 만남, 면사무소와 의회의원, 조합과 지역유지들과의 교류 및 협조체계, 고문단의 자문….

그러나 무엇보다도 센터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여성농업인 단체와의 교류 속에서 가능하였다. 이용료를 결정하는 문제, 교육 시기와 내용을 잡는 문제, 이용자들의 만족여부를 파악하는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을 정책적 관점에서 엄호해주는 역할을 여성농업인 단체들이 함께 풀어 주었다.

여성농업인 센터는 여성농민들이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다. 안동에서 지난 1년동안 정책의 수혜자로서 갖는 자긍심은 참으로 큰 것이었다. 보다 많은 지역에서 센터사업이 실시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기획예산처, 국회에서는 전국의 많은 여성농민들이 희망을 갖고 이 사업을 지켜보고 있음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성공적인 대안으로 남게하기 위해 오늘도 안동여성농업인센터는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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