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주산지의 유지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

경기도 안성시는 전남 나주시, 충남 천안시 등과 함께 전국 4대 배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부분의 재배지가 경사가 완만한 남향의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다. 안성시배연구회는 배 재배 기술의 고급화, 품질 차별화를 통해 어려운 시장여건에 맞서 돌파구를 찾는 전국 배 주산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전국 4대 배 주산지 명성 이어가


안성시배연구회는 지난 1996년에 결성해 28년째 운영되고 있는 안성시의 대표적인 품목별연구회 중 하나다. 현재 72농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 연찬과 견학교육, 모임, 배 품평회 등을 열면서 안성시의 배 산업을 이끌고 있다. 회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그 실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지난해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제19회 전국 우리배 한마당 큰잔치’최고 품질 우리배 품평회에서 금광면 진윤호 농가가 출품한 ‘신화’ 배가 전국에서 대상을, 보개면 홍영익 농가가 출품한 ‘신화’ 배가 최고상을 수상했다. 앞서 2021년에는 이재홍 농가가 신품종 대상을 수상했다. 


신화배는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으로 기존 신고배에 비해 수확시기가 빨라 추석에도 수확이 가능하며, ‘신고’ 보다 당도가 1~2브릭스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읍면단위에서 배 농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농업인들이 시연구회에 소속돼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다시 읍면으로 전파한다. 회원들은 각종 모임과 사례 발표 등을 통해 직접 교류하며 서로의 기술과 지식을 교환한다. 


전예재 회장은“우리 지역은 신고를 주로 하고 있고, 추황이나 원황 같은 품종을 수분수로 활용하고 있다”면서“안성이 배농사로는 역사도 깊고, 고품질 배를 생산하는 훌륭한 농업인들이 많아 주산지로 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성시배연구회는 오는 10월말 안성시에서 열리는 우리배 한마당 큰 잔치 20주년 행사 개최에도 참여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신화 재배기술 교육 
 ▲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신화 재배기술 교육 

 

■ ‘신화’ 등 국산 품종 재배, 보급에 앞장


안성시배연구회에서는 지금 농촌진흥청 등이 육종한 국산 품종을 많이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종이 신화다. 신화는 기존 신고 품종에 비해 평균 숙기가 15일 이상 빠른 중생종이다.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이 수확 적기인 신고에 비해 조기 수확이 가능하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는 국산 배 품종의 재배면적을 확대하기 위해, 신화배 묘목을 보급하고 있다. 


전예재 회장은 “신고가 지배를 하고 있는 국내 배 시장에서, 신화 같은 국산 배 품종의 재배 증가는 품종의 다양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신화는 과수화상병이 신고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덜 오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최근에 화상병으로 폐농한 농가들도 재식을 할 수 있는 2년후 부터 재배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30년 넘게 배 농사를 지으면서 국내외 신품종은 다 해봤는데 국산 품종이 정말 맛있다”면서“하지만 정부차원에서의 홍보가 부족하다보니 몇 번 관심을 받다가 끊어지기 일쑤라 신품종을 홍보하는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또, “배 농사도 가격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농가들은 생산성 대비 경쟁력이 있으면 심지 말라고 해도 심는데 아직은 신고만큼 소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품종 전환이 늦는 것 같다” 고 덧붙였다.


■ 글로벌GAP 인증으로 수출 활성화 


현재 신고는 전국 재배면적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을 겪고 있다. 안성시배연구회의 경우 그해에 배 생산량이 너무 양이 많을때에는 수출을 활용한다. 


전예재 회장은“배가 풍년일때는 수출이 많이 나가고, 작년같이 배가 부족한 해는 내수가 유리해 장단점이 있다”면서“그렇다고 수출과 내수를 마구잡이로 바꾸면 안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50% 정도는 수출을 한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출을 위한 글로벌GAP 인증도 장려하고 있다. 이 인증은 1997년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표준 우수농산물 관리제도로 세계 130여 개국이 활용하고 있다. 


안성시배연구회에서는 현재 전 회장을 비롯한 5~6개 농가가 이 인증을 받아 수출에 활용하고 있다. 안성원예농협에서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 인증을 획득한 농가에 대해서는 수출 순번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자신들이 원할 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 회장은 “외국에 수출할 때 글로벌GAP 인증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데 인증과 유지, 갱신이 까다롭기 때문에 농가들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 면서 “우리같은 경우에는 이 인증을 위해 과수원 화장실까지 다 수세식으로 바꾸는 등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내외 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면 해야하는 노력중에 한 가지다” 고 말했다.

 

■ 전국최초 과수화상병 6차방제 진행


지난해 전국의 배 농가들은 과수화상병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배나 사과같은 과수에 피해를 주는 세균병으로 식물의 잎부터 시작돼 줄기, 꽃 등으로 감염 부위가 급속히 확산된다. 안성시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빠른 조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과수화상병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6차 방제 약제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전예재 회장은 “농사가 조금 잘 되고, 못되고 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농가들은 존폐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워한다” 면서 “다른 지역은 보통 3~4차 사이에 방제를 끝내지만 안성시는 농업기술센터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전국최초로 6차까지 방제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안성시농업기술센터 과수기술팀 박성구 팀장을 비롯해 이예지, 전종현, 이건호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안성시배연구회는 농촌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회원들의 건강에 더 유의할 계획이다. 


전 회장은 “우리 부부도 얼마전에 목디스크 시술을 받았는데, 배가 무겁다 보니 배 농가들은 근골격계 질환이 굉장히 많다” 면서 “연구회에서는 농가들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웨어러블로봇이란 사람의 몸에 착용해 부족한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의 위험성을 줄이고, 장애를 극복하거나 나아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현재 조끼형, 지게형 로봇이 개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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