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깜깜한 새벽에 개가 짖습니다. 막내 강아지,‘다지’가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짖는데, 아마도 농막 마당에서 농로까지 냅다 달리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한 때, 철망을 둘러 개들을 가두어 둔 적이 있습니다. 아무 풀숲에나 다니게 두면 진드기들이 붙어 애를 먹어 그리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탓인지 뒷산 넓은 호두 밭에서는 매년 진드기가 창궐합니다. 봄, 가을로 부화기가 되면 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새끼들이 먼지처럼 퍼져있어 호두 줍기는 관두고 웬만하면 피해 다닐 정도입니다. 개에 옮으면 사람도 다칠 수 있으니 겨울에서 봄에 이르기까지는 놓아두더라도 다른 철에는 가두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꼬마 강아지는 어떻게든 철망을 뚫고 밖으로 나와 농막 계단 앞에서 꼬리를 치거나 여전히 갇힌 나머지 개들을 다리 꼬고 앉아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그 탈출의 비법을 지금껏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녀석 참 영리하다고 하면 아내는 제 철책 두르는 솜씨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다지’는 진드기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만 맴돌아서 풀어놓고 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밤사이 무슨 기척이라도 있으면 자지러지게 짖어대며 멈추지를 않는 것입니다. 가끔 도가 지나쳐 나가 보면 어디라고 할 거 없이 사방을 둘러보며 마구잡이로 짖어대더군요. 알아듣게 얘기를 해도 아랑곳없으니 잠을 설칠 때가 많습니다.“저기, 개울가 밭에 데려다가 묶어!”오죽하면 아내가 이러겠습니까?


 마을 분들 중에 송이산행을 하는 이들이 몇 있습니다. 요즘이 철인데요. 덤바우가 그 산행의 초입인 셈인데, 덤바우를 둘러싼 주변 산들은 워낙 간벌이 잦아 송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벌목으로 인한 환경 변화도 이유이지만, 엔진 톱에서 나오는 윤활유가 원흉이라고들 합니다.

한마디로 오염원 때문에 송이가 안 자란다는 것입니다. 간벌하던 이들이 그러더군요. 윤활유로 콩기름을 쓰기도 하지만, 윤활은커녕 자칫 타버리기도 해서 널리 쓰이지 않는답니다.

아무튼 저 먼 산으로 송이산행을 하는 이들이 농로를 따라 오르거나 옆 산 능선을 타고 가는 기척이 있으면 우리 ‘다지’의 신호로 세 마리 개들이 득달같이 짖어댑니다.“


고라니나 그리 쫒아봐라. ”이러며 나가서 달래봐야 소용없습니다. 눈 부비며 건빵 몇 조각 나누어 먹이면 먹으면서도 으르렁대다가 겨우 진정합니다. “조금 있으면 날 새니까 슬슬 일어나지, 뭐.” “근데 우리도 저‘눈가리’밑자락까지 가 볼까?” 눈가리는 먼 산꼭대기를 말합니다. “송이버섯 따러?” 어둑한 농막에서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아내와 저는 그저 웃고 맙니다.


 한번은 송이산행 가는 이에게 먼 데 다녀오면 고단하겠다고 했더니 “재미로 하는 거지요, 뭐.” 합니다. 그 말을 듣더니 아내가 우리 마을 오르막길 지나다 보면 자전거 타는 이들 끙끙대며 지나는 것 보는데, 비슷한 거겠지 하면서 호호 웃더군요.

머쓱하던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쩌다 한두 개 캐면 식구들 얼굴이 떠오르고, 제법 따면 마을 이웃들 어른거리다가 대박이다 싶으면 계산기가 떠오른답니다. 사람의 욕심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말입니다.


올해 덤바우는 풍작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못 미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고추는 지난해처럼 선주문에 살짝 못 미쳐 아쉽고, 감자는 양에 견주어 씨알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참깨는 그럴 듯 했으나 비가 잦아 알이 꽉 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다지’짖은 덕에 일찌감치 아내와 함께 들깨 밭으로 갑니다. 우리 부부 깜냥에 올해의 가장 큰 소득은 때맞춤입니다. 


어찌하다 보니 파종과 수확에서 이르지도 늦지도 않았습니다. 들깨도 마찬가지여서 베어 놓았던 것 널어 두드리는데 적당히 말라 꼬투리에서 알만 쏙쏙 잘 빠지는군요.

“알이 좀 작다.” 제가 보기에는 탱탱하고 빛깔 좋으니 짜내면 맛이 기가 막힐 것입니다.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기름내서 식구들에게 인사 삼아 두루두루 나누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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