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발표… ‘기업 친화적’, 농업분야 제외
“ ‘매력있는’ 농어촌 되려면 ‘농업소득 대책’ 제시했어야”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이하 지방시대위) 17명의 위촉위원에 농업 관계자는 제외됐다. 지방시대 관련 기획재정부의 ‘지방소멸·지역균형발전’ 간담회에서도 농업분야는 토론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윤석열정부가 ‘지방시대’ 선포에 나섰다. 그러나 범부처 합동 정책인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에 농업·농민이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세부과제 관할 조차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행정안정부 등이 주관이고,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농업정책 주최자로서의 농식품부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위 주관의‘지방시대 선포식’에서“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우리 정부는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타이틀로 지방발전 전략 토론과 정책발표 차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윤대통령은 지방시대를 위해 중앙과 지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 정부의 지방시대 비전전략은 핵심 국정과제이자 산업부·기재부·국토부 등 범부처가 달려든 현재의 국가 주요 추진 정책이다. 이날 행사에서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정책에 따르면 이 정책은 5대 전략과 9대 정책으로 요약된다. 5대전략은 지방분권, 교육개혁, 일자리 혁신성장, 특화발전, 생활복지 등이다. 9대 정책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으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자유특구(가칭) 도입과 지역·대학 동반성장, 도심융합특구 조성으로 지방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로컬리즘(지역특성)을 통한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 지방 주도의 첨단전략산업 육성, 디지털 재창조를 통한 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 매력있는 농어촌 조성으로 생활인구 늘리기, 지역 규제 해소로 민간투자 활성화,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을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지방시대 발전 전반을 다루면서 농업분야는 간과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지방활성화 차원의 투자 유치를 빌미로 기업들에게 농촌개발의 명분을 실어주는게, 이 정책의 요지라는 문제제기가 비등하다.


실제 전략 발표에서 농업분야와 상관있게 게재한 내용은 ‘매력있는 농어촌 조성으로 생활인구 늘리기’ 라는 제목의 일부 농촌공간 재설계 계획이다. ‘농촌공간계획 수립’ 과,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체험주택 건설’ 등이다. 청년농 육성을 위한 정착지원 제도를 넓혀 나가겠다는 내용까지가 농업관련 전부다. 지방시대를 선포하면서 세운 추진계획에 지방의 핵심인,‘농사지어서 사는 방법에 대한 지원’대책은 빠져 있다. 


지방시대 비전전략은 R&D투자, 스타트업·벤처기업 등이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를 신설해 기업의 지방이전과 투자를 촉진한다는 복안을 냈다. 광역시 중심의 특화사업도 강조했다. 과학기술단지, 복합문화공간, AI·자동차 특화산업단지, 첨단산업벨트 등을 구축하고, 기존 산업단지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농어촌 공간의 난개발로 도시민의 이주가 어려우니, 더욱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도 눈에 띤다. 기업들의 투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끝까지 해소 ’하겠다는‘ 기업 친화적’약속 사항이 강조되고 있는 점도 이번 전략의 특징이다. 때문에 지방시대라는 명분은, 농업발전과 상관없이 무차별 산업화의 ‘재탕’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생활밀착형 정책 적시 추진을 이유로 지방정부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은 이같은 난개발을 더욱 구체화시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번 정책에는 지방정부 자율권을 명시하면서 의료시설·공연예술 등의 접근성을 예로 들었다. 광범위한 용도 목적의 건축물 난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방시대 비전 전략의 주 골자가 인구 유입을 목적으로 산업·문화·관광 등 분야별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균형발전 계획이란 내용도, 과거 난개발로 점철된 지역발전 정책과 겹친다는 지적이다.  


이들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 단체인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구성도 농업을 배제했다는 진단이다. 외형적으로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합친 지방시대위는 기재부의 예산안편성지침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을 부여한 조직으로 시작한다.


활동에 앞서 지방시대위 제1기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재정경제부 출신 공직자, 재정투자 전문가, 의학전문가, 도시계획 부동산학자, 경제학자, 행정학자, 청년 상담전문가, 벤처기업 전문가 등이다. 산업체제로 개발을 서두르던 과거의 경제개발 논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지적이다.

지방시대위에서 농업과 연계된 위촉위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굳이 연관을 짓자면 생물공학을 전공한 바이오산업 전문가 한명이 그나마 관련 인사로 분류된다. 농업에 대한 논의 여건은 애초에 불가능한 조직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기재부가 주관한 지방시대 관련 간담회에서도 ‘농업 패싱’ 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 주 내용은 지방소멸 완화 및 지역균형발전 등을 다룬다고 내세웠지만, 정작 농업·농촌 현안은 거론 대상이 아니었다. 토론자들도 기업체 대표, 일자리 전문가, 고용부·국토부·행안부 공직자로 짜여졌다. 정책 방안 논의에 농업의 공간은 없었다는게 이날 방청객의 전언이다.


이와관련 농학계 한 학자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 구현은 이미 국민적 공감이 형성됐지만, 이를 명분으로 표현되는 정책은 정권마다 각기 달랐다”면서“현정부 또한 균형있는 인구 분포, 이를 위한 지역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교육 인프라 강화 등을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 그곳에 지속 살기 위한 경제적 생활안정에 관한 소프트웨어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학자는 “정부 또한 농업을 주업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살기좋은 지방시대’ 계획을 제시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안되는 것” 이라고 현정부의 능력부재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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