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발생량 등 수년째 ‘빈칸’
산업폐기물 처리 현장관리는 깜깜
업무 분장·담당·예산 아무도 몰라

폐기물 발생량, 용수 사용량 등 환경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농어촌공사가 2019년 이후 수년째 파악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본사부터 말단까지 업무담당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업무 사각지대’인 데다 지역본부와 지사 등의 일반폐기물 발생량은 물론 전국 곳곳의 농업기반시설 공사 현장에서 산업폐기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폐기물처리 외부용역 예산과 비용은 얼마인지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다.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세계적 흐름인 데다 환경정보공개제도 시행에 따라 공기업 등은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감축 실적, 폐기물 발생량 등을 관리해야 하는데 농어촌공사가 말로는 이에스지 경영을 외치면서 정작‘기본’에 소홀한 탓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알리오)에 게시된 한국농어촌공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E(환경) 부문에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용수 사용량, 환경법규 위반 현황, 저공해 자동차 현황, 녹색 제품 구매실적 등의 항목이 있다. 환경정보공개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7년과 2018년 이태 동안 항목별 수치는 빠짐없이 기록돼있으나 2019년부터 최근까지의 기록은 대부분 항목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간단한 온실가스 항목과 저공해 자동차 보유 현황은 2021년 치까지 정상적으로 게시돼 있다. 반면에 사업장별로 파악해 공시해야 하는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용수 사용량 등 주요항목은 본사 외에 모든 사업장이 2019년부터 빈칸이다.


환경정보공개제도는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함으로써 환경경영 추진 의지를 다지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려는 뜻으로 마련된 제도다.


지난 2011년 운영규정 제정안이 제출된 이래 국내외에서 기후위기가 심화한다는 우려 속에‘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시행령의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의무화 대상기업을 확대해왔다.

녹색 기업, 공공기관, 환경 영향이 큰 기업, 자산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현재 2조 원) 이상의 주권상장법인 등이 의무적으로 환경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1824개 기업과 기관이 환경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업종에 따라 제조, 공공행정, 교육서비스, 보건, 기타서비스, 기타산업 등 6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공개할 환경정보를 19∼27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기업 개요, 에너지 사용량,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등 의무 항목과 자율공개 항목이 구분된다.


환경정보공개 의무화에 따라 대부분 공공기관과 의무대상 기업들은 환경정보 공시에 충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폐기물이 다량 발생하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발전사와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같은 시장형 공기업은 물론 준시장형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340여 공공기관 대부분은 올해 4월 공시를 통해 2021년까지의 정보를 공개했다.


의료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국립암센터,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 등도 폐기물 발생량 등을 빠짐없이 게시하고 있으며 조폐공사, 철도공사, 토지주택공사 등의 공기업도 사업장별, 연도별 폐기물 발생량과 에너지 사용량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주무 부처로 둔 공공기관 중 농어촌공사를 제외한 한국마사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11개 기관도 환경정보 경영공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 소관 4개 기관과 농촌진흥청 소관의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농어촌공사다. 임직원 규모로 전체 공기업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데다 농업부문에서는 가장 큰 기관이자 연 예산 4조 원을 훌쩍 넘는 조직이다. 지역본부와 지사, 사업단 등 사업장만 따져도 100곳이 넘고, 기능상 기반시설 공사가 많다. 사업에 따라 폐기물 발생량이 고무줄처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7년과 2018년 폐기물 발생량의 경우 공사가 없던 화안사업단은 연간 2톤 정도인데 시설공사가 진행된 영산강사업단은 각각 6653톤, 4094톤이었으며 천수만사업단은 4631톤, 5917톤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임목 폐기물 등이 많이 나오고 그만큼 폐기물 처리비용도 적잖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2019년부터 깜깜이다. 영산강, 천수만 사업단의 예를 통해 적어도 연간 수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수십억 원의 처리비용이 들었을 텐데 발생량 정보를 알 수 없으니 어떻게, 얼마의 예산으로 폐기물을 처리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농어촌공사 본사 관계자는 “올해 새로 (경영공시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폐기물 발생량이 게시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지난 사월에 (본사 것만) 최근 삼 년 치를 업데이트했다” 라며 “왜 삼사 년간 기록이 없는지 전임자에게 알아보려 했는데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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