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676억→564억 원으로 66% ‘싹둑’
기본계획 변경 선언에 ‘농지 축소’ 우려도
잼버리 대회부지 용도결정도 정부 손안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과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부의 새만금 사업예산 삭감에 항의해 삭발을 단행했다.                                                              사진=연합

 

 

정부가 새만금개발사업 예산을 대폭 줄이고 밑그림 격인 기본계획마저 변경하겠다고 선언하자 전북지역은 물론 농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농지계획면적이 계속 축소해왔는데 이번에 또다시 농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657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전라북도 예산은 올해 예산에 견줘 3870억 원(4.7%)이나 적게 편성했다. 새만금 관련 예산은 국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포함해 전체 70% 이상을 잘라냈다.


일각에서는 세계잼버리대회가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정부가 실패의 책임을 전북과 새만금에 돌리며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북지역 정가와 도민들은 책임 전가 성격의 ‘보복 예산’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지구 내부개발사업의 하나인 농생명 용지조성사업도 타격을 받았다. 내년 예산이 당초 1676억 원으로 편성됐다가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쳐 신청예산의 3분의 1 수준인 56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66% 예산을 싹둑 잘라낸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기존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라 농지와 용·배수로, 농업용수 공급 등 농업기반시설을 갖추는 농생명 용지조성사업을 202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정부가 2025년까지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최근 2차 전지 관련 기업 등 농업 외 산업부문의 새만금 산업단지 입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생명 용지를 또다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새만금 기본계획과 농생명 권역 중장기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9430헥타르 면적의 농지를 조성할 계획이었고, 올해 연말까지 7275헥타르 용지조성을 끝내게 돼 있다”라며 내년 예산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라“영향이 없을 순 없다” 라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올해 5월 ‘새만금 농생명 용지 세부활용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국토연구원과 6억7320만 원에 계약하는 등 새만금 농지 활용방안, 비점오염 관리모델 개발 등과 관련해 10억 원이 넘는 외부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이 변경되면 거액의 연구용역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농업용수 공급 기반시설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2027년 농지조성 완료에 맞춰 2026년까지 물 공급기반시설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영산강 간척지처럼 농지조성이 완료되고 장기 임대사업이 진행되려면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갖춰야 한다.

농지 ‘완공’ 의 조건이 물 공급인 셈이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새만금위원회는 지난 2021년 새만금 호소를 담수화해 농지에 공급하는 계획을 철회하고 금강하굿둑 호소에서 물을 끌어다 공급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 이 사업을 확정했다. 새만금호 목표 수질 유지 등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금강 물 도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지난 5월 약 13㎞의 도수시설을 포함해 전체 2857억 원 예산이 확정된 이 사업은 올해 공개입찰을 통해 공사를 발주하는 등 2026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예산 충격’으로 사업 지연은 물론 사업 진행 여부마저 불투명해 보인다.


잼버리 대회부지 용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대회를 치른 884헥타르 면적의 부지는 원래 관광·레저용지였는데 2017년 8월 세계대회를 유치하고 같은 해 12월에 이 용지를 농생명 용지로 변경해 대회 야영지로 쓰기로 했다.


대회가 끝나면 농생명 용지로, 사료작물 재배단지 등으로 이용하다가 새만금개발청장의 요청이 있으면 농식품부장관이 새만금개발공사 등에 양도하게 돼 있다. 이마저도 기본계획이 바뀌면 어떤 식으로든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환할 것이 빤하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예산 삭감 사태와 관련해 “요즘 정신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상위 법정계획인 기본계획에 맞춰 사업을 적정하게 이행하는 기관으로서, 새만금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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