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 헌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스마트농업진흥팀장

 

 

세계 표준시의 시작이 열차의 개발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표준시에 따라, 각 나라의 시간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지만, 불과 140여년 전까지만 해도 태양시를 기준으로 하였고, 사람들은 전국에서 그 도시의 시간에 맞춰 활용하였다. 


그러나 태양시의 기준은 1814년 열차가 개발되고 나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열차는 큰 대륙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게 하였고, 도시마다 다른 운행시간은 사용자들에게 큰 불편함을 겪게 하였다.

즉 이때부터 시간 통일, 시간 표준화의 필요성에서 고민하게 된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다양한 가치와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지만 기술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열차개발로 표준시가 개발된 것처럼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분야가 있다.

특히,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다양한 산업군이 융복합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한 기기·데이터·시스템 간 상호호환성과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에서도 표준화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전기 자동차나 스마트폰은 이의 사용을 위해서 충전이 필요한데 제조사마다 나라마다 충전규격과 방식이 다르다면 어떨까? 아마 사용자들은 큰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즉, 다양한 기술개발과 함께 표준화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필자도 현장에서 스마트농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다시 한번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기후변화 등을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농업과 ICT기술이 결합된 스마트농업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표준화가 부족한 분야가 있기에, 스마트농업을 보급·확산하는데 애로가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농업의 표준화를 통해 농업인들이 각종 기자재·시설 유지부담을 덜 수 있게 하고 스마트팜 업체에게는 제원과 규격 등의 표준화가 제품설계 및 개발비용 등을 절감하는 이점을 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농업의 표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부터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단체·국가·국제 기준의 표준을 개발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도부터 국가표준확산지원사업을 통해 표준화된 제품이 현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다양한 혁신제품 개발과 기업육성이 필요한 시점인 탓에 표준화가 오히려 스마트팜 기업에 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신기술·신제품의 수용도 제고와 국내 스마트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표준화 또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표준화를 발판 삼아 스마트농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되고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식량주권 확보를 해결하는 선두주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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