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추석 대책에, 가을 수확기 ‘농민은 빚쟁이’
물가안정, 배추·양파값 떨어져도‘더욱 떨어지게’

 

 

지난달 3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농축산물 비축분 방출·긴급 수입 등을 동원해서 추석 성수품 16만톤을 풀고 역대 최대규모인 670억원 규모의 소비자대상 할인지원에 나서겠다는 대책이 발표됐다.

이날 오전 비슷한 시각,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는 ‘농사를 지을수록 빚더미’ 를 외치며 1천여명의 농민들이 양파·마늘을 아스팔트에 쏟아부으며 시위가 이어졌다. 


물가안정을 구실삼은 정부의 ‘농산물값 후려치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이날 윤석열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농축수산물 대량 방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보고했다. 명절시점 최대규모의 농산물 방출이다.


민생안정대책의 요점은 소비자물가에 맞춰졌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20대 추석 성수품에 대해 비축·계약재배 물량을 방출하거나 수입 확대 등을 통해 평상시의 1.6배에 달하는 16만톤의 농축수산물을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과실류의 경우, 사과·배 등의 가격불안을 감안해 평시대비 3배 이상 집중 공급하는 한편, 파인애플·망고 기존 관세 30%를 0%로 할당해서 각각 5천톤, 1천톤 씩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양파의 경우는 이미 저율할당관세(TRQ) 확대 물량 9만톤 중 1만톤을 추가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소·돼지고기 또한 할당관세물량 1만5천톤을 추석전 도입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발표한 추석즈음 농축산물 방출 물량은 평상시 대비 사과 3.4배, 배 3.3배, 배추 3.2배, 무 1.7배 등 농산물은 평균 3.4배에 이른다. 파인애플·망고 등 수입산 과실류까지 합치면 명절 대목 농산물 공급 규모는 평시의 2배에 달한다. 


가을 수확기에 이같은 대량 방출은 고스란히 농가 피해로 이어진다. 그간의 수입개방정책에 이날 수확기 농산물 공급 확대 발표까지 국내 농업·농촌·농민은 발칵 뒤집혔다.

8월말 현재 가락시장 배추값은 10kg들이 한망에 8천원대로 전년보다 3천원 가량 떨어졌다. 이 시점에 정부가 평상시 3.2배에 달하는 6천톤 가량의 배추를 시장에 방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양파 가격 또한 지난해 동기대비 10%이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에, TRQ 물량을 9만톤 늘려서 시장 교란 상태를 만들고 있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이날 정부세종청사 시위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농업생산비는 끊임없이 치솟는데,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가격 낮추기에 혈안이 돼 있다” 면서 “수급대책에서 가장 쉬운 농산물 저율관세 수입 확대 방법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하 의장은 “농산물 수확시기에, 그것도 가격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TRQ 물량을 늘리는 것은 무슨 이유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라고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과실류 농가는 홍수피해로 작황이 좋지 않은 터에, 명절 맞아 대체 수요품인 수입 과일과 싸워야 한다.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호조로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샤인머스켓 재배농가들은 참담한 현실을 맞고 있다. 대형할인매장을 필두로 시장 전반에 수입과일 선물세트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성에서 샤인머스켓을 생산하는 황모(47)씨는 “추석 때문에 출하시기를 앞당겨 세트물량을 맞추고 있으나, 이미 출하가격은 지난해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면서“할인매장 시그니처(대표 브랜드)로 전시대 앞부분에 애플망고세트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에서 밀려있다” 고 말했다.

황씨는 “일부 농가의 샤인머스켓은 독립적인 제품 구실을 못하고 수입과일과 세트로 제품이 구성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출하가격을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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