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직불금은 올리고 밀은 그대로
자급률 5% 선언뿐, 예산 뒷받침 없어
수매비축량도 최저선, 생산자 불안감

 

 

국산 밀 자급률 5%라는‘법정계획’에도 정부가 이렇다 할 달성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되레 가루쌀 위주 정책으로 국산 밀을‘서자’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밀농협, 우리밀생산자회, 국산밀산업협회 등은 밀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정부 수매비축물량 대폭 확대, 전략작물직불금 단가 획기적 인상 등을 요구하며 생산자들이 재고나 저가처분을 걱정하지 않고 밀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논콩, 가루쌀(분질미)에 대한 전략작물직불금 단가는 헥타르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린다. 
직불제도 적용대상 면적도 올해 12만7000헥타르에서 내년 15만7000헥타르로 늘렸다.


이와 함께 정부양곡 매입량은 올해 40만 톤에서 45만 톤으로 확대한다. 정부양곡 매입량 확대에 따른 예산은 1조4077억 원에서 3000억 원 남짓 늘어난 1조7124억 원으로 편성됐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우리밀생산자회, 한국우리밀농업협동조합 등은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이 연간 35㎏에 이를 정도로 밀은 주식으로서의 가치가 큰데 정부는 국산 밀을 가루쌀이나 논콩의 후작 혹은 동계작물로만 경직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일 발표한 논평에서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국산 밀 산업기반 확충의 절박함을 무시한 채 논콩이나 가루쌀과 함께 재배할 때만 밀을 전략작물로 인정하는 현재의 예산안은 국산 밀 생산과 국민 소비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정책” 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은 2025년 5% 국산 밀 자급 목표는‘밀산업육성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이라며 제1차 5개년 기본계획에 명시한 소비 확산을 통한 자급기반 확충, 국산 밀 가공 확대 지원 등과 함께 정부 비축량 확대, 직불금 단가 헥타르당 250만 원 상향 등을 요구했다.


우리밀생산자회 전북지역 모 회원은 “밀이 전략작물직불 대상 작목이 되면서 지난해 파종이 늘고 그만큼 올해 오뉴월 수확량이 늘었는데,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라며 가격경쟁력도 그렇지만 내수시장 소비량과 정부 비축량이 한정돼있는 탓에 재고 처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자급률 15% 이상이던 1960년대 이후 수십 년간 자급률 1% 안팎을 오가던 국산 밀은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데다 쌀을 대체할 만한 전략작목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올해 생산량이 6만 톤을 넘겨 밀 소비량의 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들은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정부 비축물량과 기존 내수 소비량 외에 나머지 2만여 톤이 소비처를 찾지 못해 결국에 수매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주정용으로 처분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산과 정책으로는 국산 밀 수급문제가 내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생산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기본계획대로라면 2024년 생산량 목표가 10만 톤인데, 내수 소비량 2만 톤, 정부 비축매입 2만5000톤에다 저가 처분할 주정용 2만 톤까지 합해도 3만 톤 이상이 재고로 남게 되는 상황”이라며 생산자들이 재고 걱정 없이 밀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밀 생산단지를 73곳에서 91곳으로 늘려 지정한 만큼 적어도 생산단지에서 나오는 4만8000톤 밀을 매입해 비축할 것과 논콩이나 가루쌀 직불금 단가 200만 원 수준에 맞추거나 헥타르당 250만 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2021년 밀 직불금은 헥타르당 644만여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가루쌀 등과 같이 전략작물직불금 대상인 밀의 직불금 단가는 지금과 같은 헥타르당 50만 원이 책정됐다. 국산 밀 정부 매입비축량도 올해 2만4000톤에서 2만5000톤으로 불과 1000톤 늘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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