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예산은 농민에게 쓰여야 한다.’
9월 정기국회 시작으로 모든 과제와 정책의 처리과정이 국회로 옮겨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농업예산 배정 계획에‘생산자’를 위한 지원대책이 줄었다. 이 부분도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농업관련 국회 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는 농업현장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 즉 농민들이 경작과 농산물 출하를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업소득 제고 차원의‘실질농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을 안고 출발한다.

농업소득은 줄어들고 매출은 오르는, 기이한 경제변화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한결같기 때문이다. 스마트농, 청년농, 수출농, 직불금 등으로 대표되는 윤석열정부의 예산과 정책에 대해 ‘백지화’ 를 주장하는 농민단체도 있다. 이를 포함,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논의과제를 농민 요구사항 중심으로 정리한다.
 

 

정부·여당, ‘물가안정 농업정책’ VS 야당, ‘농업소득 제고 대책’
농산물·쌀 가격보장, 제도적으로 ‘어떻게 장착할 것인가’ 최대 관건

 

 

 

[예산]  “출하값 폭락하고 생산비 폭등했다.  농업소득 살려라” 

농업계는 예산 배정의 정부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농민단체들의 전반적 요구는 예산 증액이다. 농식품부는 전년대비 5.6% 증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국가 총지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2.8%에 그치는 상황에서 증가율 2배 수준은 윤석열정부가 농업분야에 성과창출 의지를 보이는 증거라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이번 예산안은‘수입개방농정’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관련 성명을 통해, 농산물 도입가격 상승을 이유로 수입예산을 늘려잡은 대목을 지적했다. 여기에 수입양곡대 612억원 증액한 것도 같은 이유로 따졌다. 반면 FTA피해보전직불금 폐지를 거론하며, 현정부의 농정을 수입개방농정으로 정의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과 농민단체장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 농업계의 여론수렴 차원이었다. 여기서 정리된 예산 과제의 대부분은‘농업소득을 올리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를 위해선 농업생산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는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선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에 대해 차액을 지원하는 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농사용 전기료 농어가 부담 증가분이 2021년 대비 2022년에 2천343억6천300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을 첨부했다. 


국제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료비부담을 예산지원으로 덜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2020년에 비해 40% 이상 사룟값이 급등하면서 축산농가의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정부의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올해 사료구매자금이 전년보다 절반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융자지원 형태인 사료구매자금 지원 여건을 현행금리 1.8%에서 1.0%로 낮추고, 상환기간도 2년 일시상환을 3년거치 2년 분할상환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다. 예산 또한 ’22년도 수준인 2조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영농자금 공급처를 찾기 힘든 농민들을 위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그만큼 정부 출연금을 늘려 농신보 운영을 넓히고 문턱을 낮춰달라는 주문이다. 현 농신보는 적정운용배수(12.5배)를 초과해 운영중이라 기금의 재원부족으로 신용보증 지원 대상이 축소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 농신보 출연금을 2천500억원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주장이다.


코로나19사태로 더욱 심각해진 농가 인력지원사업에 대한 정부지원도 강조됐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에 대한 예산지원 또한 농업계의 요구사항으로 명시됐다.

 

[정책]  “농산물마다 최저가격 보장해라”

생산비를 보장해 달라는 연장선상에서, 농업계는 가격 불안정을 호소하고 있다. 농산물 특성상 이상기후나 재난 등으로 가격변동률이 높은 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출하값 인상요인이 상실됐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출하값 폭락만 있을 뿐, 값이 오르는 분위기만 감지되면 여지없이 물가정책이 동원되고 하향안정세의 기조가 지속되는 시스템에 살고 있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의 물가부담을 고스란히 생산자인 농민에게 떠넘기는 구조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농사짓는 생산비는 치솟는데, 생산한 곡식·열매를 내다 파는 값을 억제하고 있는 농업소득 구조를 풀어달나는 것이, 농업계의 정책 변화 요구 골자다.           


국회에서‘농산물 가격보장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본격 다뤄보자는게 농민들의 숙원사항이다. 농산물 품목마다 물가와 생산비가 반영된 최저가격이 매겨지고 이를 국가가 보장하고, 농민들은 생활경제 부담없이 고품질의 농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 이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가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쌀·밀·콩을 다루는 양곡관리법과, 채소류·과일류 등의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 등의 개정작업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법률의 개정을 통해 시장에 형성되는 농산물 거래가격이 기준가격(물가·생산비 반영한 평균 가격)에 못미칠 경우, 그 차액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논리다.


이쯤되면 농민들은, 정부가 나서서 TRQ(저율할당관세) 물량을 늘려도 안심이다. 공공비축 중인 시기에 맞춰 시장에 방출해도 정책에 순응하게 된다. 지난해 마늘, 올해 양파 등이 그러하듯이 수확기와 맞물려 수입물량을 대폭 늘리더라도, 가격보장제가 시행되면 정부의 수급조절대책이 농업계와 갈등을 빚을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농업의 피해가 없어지고, 생산기반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농업계의 전언이다.

 

[논쟁]  “쌀값안정장치·재해대책, 결정짓고 가자”

올 4월 윤석열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까지 행사했던, 과잉생산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담은 양곡관리법 논쟁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상임위 심사를 앞둔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다시 점화될 공산이 크다.

쌀값과 생산량 증감에 따라 정부 매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기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었다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최근 발의된 양곡법 개정안은 산지에서 형성된 시장가격과 기준가격과의 차이에 대해 정부가 보전해주자는 ‘차액보전제’로 대표된다.

 쌀값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의미에서의 개정 요지는 지난번과 같은 차원이다. 쌀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사라졌던 목표가격제의 부활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여당측과 정부는 예산편성에서 농업직불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충분히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전략작물산업을 육성하게 되면 쌀 과잉생산에서 비롯되는 산지 쌀값 하락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농업직불금을 늘리고 보완하는 것으로 농가소득과 경영안전망을 충분히 확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별도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옥상옥에 불과하고, 타작물생산과 전략작물직불 등의 수급균형 정책을 사문화시키고 다시 쌀과잉생산을 부추길 뿐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해외원조용으로 양곡매입량을 매년 5만톤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했기 때문에 쌀값이 구조적으로 폭락을 거듭하는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덧붙이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반박 논리도 장착 중이다. 정부의 공공비축미는 언제든지 시장에 방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들의 불안은 여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보유는, 쌀 유통업자들에게도 시장방출용이라는 시그널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사항으로 내놓고 있다.


재해대책과 재해보험 등에 관해서도 논쟁이 뜨거워질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농업생산기반시설, 즉 SOC(사회간접자본)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도 재해 대응능력을 확충하는 배수시설 성능 개정, 저수지 개보수, 지역단위 이·치수 종합계획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측은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을 통해 피해복구 지원단가를 실거래가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재해보험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를 법률개정안에 담아서 발의했다.

특히 농어업재해보험법의 경우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범위와 보상률을 높여야 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논의에서 여야 갈등이 빚어질 대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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