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일이라도 오랫동안 자주 되풀이되다 보면 당연한 일인 듯 여겨진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일이라면 세월 따라 잊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수도 있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과 관련된 일이라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의원은‘최근 5년간 농업정책자금 부당 수령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농업정책자금 부당 수령 건수는 총 4,145건이나 된다.

정책자금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것이 1천4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가 목적 외로 정책자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도 1천268건이었다. 2018년에 366억 원이었던 부당수령액은 2019년엔 167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2020년에는 214억 원, 2021년 271억 원으로 다시 증가했고, 2022년에는 43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정 의원은 부당수령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조사 확대와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책자금 부당 수령에 대한 지적이 매년 국회 차원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작 부정수급 행위는 근절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2018년 초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에 일선 조합의 정책 자금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징계 등에 관한 업무를 강화하고,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에는 정책자금 취급 기관 현장 검사를 확대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실시했다. 이후 몇 년 동안은 효과가 나타나는듯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제도개선 이전보다 발생 건수나 금액이 오히려 크게 늘었다.

감독 기관이 주의와 경계를 늦추자 농업인에게 정당하게 배분되어야할 정책자금이 또다시 불법을 일삼는 무리들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10월 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농협중앙회가 일선 조합의 정책자금 업무를 제대로 살펴보고 있는지,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 등 업무가 확대된 농금원이 정책자금 관련 업무에 소홀함이 없는지 국회와 농식품부가 꼼꼼히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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