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농산물시장 이전 타령에 속만 타는 ‘중도매인’

 

 

“시설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반여시장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5년 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도 모르는 이전 타령하느라 시장 종사자들만 죽을 지경입니다.”

반여농산물도매시장 발전위원회 김도성 위원장은 개설자가 반여시장 이전을 핑계로 시설 개선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중도매인들의 근무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엉궁농산물도매시장과 함께 부산광역시를 대표하던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이 최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설계 당시부터 구조적인 문제와 시설노후화가 겹치면서 출하물량 감소와 시민들의 발길이 줄면서 현상유지도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경매장 실내 온도가 찜통더위를 방불케 해 경매를 대기하는 농산물의 품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김 위원장은“출하 농업인들의 항의가 빈번하지만 변명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차라리 고소해 달라는 말로 대신할 정도이다”면서“이런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수년간 반복되면서 출하물량이 감소하면서 중도매인들의 생업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매인들은 반여시장 천장이 가벼운 철판으로 덮여져 있어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경매장, 중도매인 점포로 내려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개설자가 온도를 낮춰주겠다고 천장에 대형 선풍기를 설치했는데 높은 열기가 더 빨리 경매장으로 내려오는 것 이외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더 시급한 문제는 최악의 상황을 도매시장법인들이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자들과 마찰을 피하고자‘모르쇠’로 일관해 오롯이 중도매인들만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전을 할 때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시장 주변은 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악취와 무질서 그자체인 주차 등 기약없는 이전 타령보다 하루를 근무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 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온누리 상품권이 지방도매시장을 쇠퇴시키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온누리상품권’은‘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등에 사용할 수 있으나 중도매인들은 취급이 안된다.


그러나 반여시장을 찾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온누리 상품권으로 결재하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주고 있으나 환전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중도매인들은 환전 자격조건이 안되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해야 하는데 5~10%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오히려 손해가 많다.  


김 위원장은 “지방도매시장은 소매기능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처럼 중도매인들도 온누리 상품권을 취급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면서“시장 발전을 위해 마련한 사업이라면 전통시장과 지방시장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방도매시장의 근무 여건이 워낙 열악한 탓에 젊은 인력 확충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반여시장은 주말이면 도매·소매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차라리 휴무일로 정하는게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체 중도매인들을 상대로 주5일 근무 설문조사를 했는데 90% 이상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면서 “농산물 성수기 출하시즌을 제외한다면 주5일 근무 논의는 충분히 해볼만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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