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진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소장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의 존 메이 CEO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에서 개막 첫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 이유는 지속 가능성과 인류의 안보, 자율주행이라는 올해 CES의 키워드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존 디어는 지난해 자율 주행 트렉터를 소개한데 이어 올해는 로봇 비료살포기 ‘이그젝트샷’을 공개했다. GPS와 카메라,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씨앗을 심고 정확한 위치에 비료를 살포해서 사용량을 60%나 줄이면서도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선보인 것.


메이 CEO는 농촌의 노동력이 감소함에 따라 더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인데, 인공지능을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무인 트렉터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강화해서 2030년까지 트랙터, 파종기, 농약 살포기까지 완전 자율시스템을 구축하고, 여러 대의 농기계가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실시간 연결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80억명에서 2050년 100억명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식량을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 같은 첨단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인구의 45%에 해당하던 농업인들이 230만 헥타르의 농경지에서 농사를 지어 3200만명의 국민을 먹여 살렸다. 그러나 현재는 155만 헥타르로 줄어든 땅에서 인구의 4.3%밖에 되지 않은 농업인들이 5100만명의 국민에게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와 맛있는 과일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농기계를 사용하고 재배기술을 발달시켜 만들어 낸 농업의 성과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은 약 300만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60세 이상의 농가수는 67만명으로 57%인데 반해 40세 이하의 젊은 농부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 온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경이다.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많은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민선 8기 도정목표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위해 미국 농업로봇 기업인 조디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효자 수출작물인 딸기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성주의 대표작물인 참외를 로봇으로 재배하기 위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딸기가 탐스럽게 열리는 12월이면 온실에서 농사를 짓는 로봇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농업인들이 영농현장에서 로봇을 사용해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개선해야 할 것도 많다. 로봇기술 활용에 적합한 온실의 구조 개선이나 재배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정보 교환·활용이 가능하도록 유무선 인터넷망도 영농현장에 갖춰야 하고, 농업로봇 기반의 영농체계로 바꾸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률, 제도, 정책 인프라도 마련돼야 한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50년 전 경북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진 새마을 노래와 함께 우리 민족을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처럼, 농업인들이 값싸고 손쉽게 농사짓고,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농업과 로봇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미래 농업모델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멀지 않은 날에 온실에서 원격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로봇 솔루션을 제공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는 디지털 혜택을 제공해 농업이 선진국형 산업으로 대전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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