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원료곡 5만톤 인도…“9월까지만 공급, 쌀값 20만원 무난할 것”
조생종 수확기 맞물린 농민 망연자실,“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농사”

 

 

정부가 쌀 유통업체들의 원료곡 부족을 이유로 공공비축 산물벼 5만톤 방출(인도)에 나섰다. 당초 정부는 목표했던 쌀값 지지를 위해 민간RPC 등의 요청이 있었지만 산물벼를 인도하지 않고 전량을 인수한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농민과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이렇게 공공비축미가 시장에 방출되면서, 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은 예측할 수 없는 햇벼 수매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16일 농식품부는 민간RPC 등의 원활한 원료곡 확보를 위해 산물벼 12만8천톤 중, 아직 옮기지 않고 RPC·DSC(미곡종합처리장·건조저장시설)에 보관중인 5만톤을 수급조절용으로 인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민간재고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와, 원료곡이 없다는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일단 햅쌀에 영향이 없도록 8~9월까지 원료곡으로 사용하고, 이후 남은 벼는 전량 거둬들이는 조건을 달고 민간업체 인도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매매 가격 또한 조생종 벼 수확기 산지가격에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8월5일자 기준가격(정곡 20kg, 4만7천961원)을 적용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상승세의 산지가격을 그대로 매겼기 때문에 쌀값 형성에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조곡 기준으로 환산하면 6만9천~7만원선(40kg)이 된다.


기획재정부의 ‘선제적’ 물가안정 조치나 추석명절대비 ‘장바구니 물가잡기’ 등의 맥락에서 쌀값 지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의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유통업체 등에서 원료곡으로 필요한 물량을 5만톤 정도 예측했고, 중요한 것은 2023년산 햅쌀에 영향을 끼치면 안되는 만큼, 9월말까지 인도물량 잔량에 대해서는 무조건 회수조치한다는 조건이다. 쌀값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료곡이 부족해지면 RPC 공장이 멈출 수 있고, 급식·외식 조달물량에 차질이 우려되는 등, 이 또한 정부의 수급조절 임무의 하나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에 근거한 결정”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촌현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농민들은 조생종 벼 수확기에 접어든 시점에 공공비축미를 방출하는 것을‘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반발이 확산 일로에 있다. 17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성명을 내고 규탄에 돌입했다. 


전농은 “정부의 쌀값 20만원 공언은, 비록 생산비에 못 미쳤지만 쌀값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산물벼 방출은 이같은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고 토로했다. 전농은 “정부의 주장대로, RPC 보유곡이 바닥 나 9월까지 소요되는 물량을 방출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8월부터 조생종벼 수확이 시작되고 부족한 원료곡은 햅쌀로 충당하면 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전농은, 결국 양곡 방출의 본질은 농산물값을 억제하고 수입으로 일관해 온 현 정부의 ‘농민말살 정책’ 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 해남농민회 이무진 회장은 “수확기를 앞둔 농민의 심정을 한치도 생각지 않은 결정에 환멸을 느낀다. 농가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확기 가격 걱정 얘기 뿐” 이라면서 “정부의 공공비축미는 언제든지 시장에 방출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다시한번 유통업자들에게 전한 것” 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농사짓고 살아가는 일이, 어느정도 수확을 하고 어느정도 소득을 올릴지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것을 막고 있다. 농민이 느끼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아픔이 너무 크다” 고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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