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숙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날로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으로 국지성 호우, 대형 태풍 등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식량 생산성은 물론 농산물 품질마저 떨어지고 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제정세의 변동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농업 현장의 인력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작물 기계화 재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논농업의 기계화율은 98.6%로 재배 과정 대부분이 기계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밭농업 기계화율은 61.9%로 논농업보다 미흡해 관련 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을 쏟는 중이다.


기계화 재배가 시급한 작물 중 하나가 들깨다. 국내 들깨 재배면적은 2010년 13,500ha에서 2021년 19,200ha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수확 시기가 짧고 벼와 수확 시기가 겹치는 데다 작업 대부분에 인력이 들어 기계화 재배기술 개발이 꼭 필요하다. 들깨 기계화 재배를 위해서는 적합한 농기계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우선해서 작물 특성을 파악하고 재배할 때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여 기계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들깨를 수확할 때 노동력이 집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종자 떨어짐(탈립), 즉 성숙기에 낟알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많은 양의 종자가 소실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참깨도 들깨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되었으나 종자 붙임성(내탈립성) 참깨 유전자원을 연구하여 2021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자 떨어짐이 적은 참깨 신품종 ‘하니올’ 이 개발됐다.

하니올은 낟알이 여물어도 꼬투리에 잘 붙어 있어 기계 수확이 쉽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통형 콤바인을 쓰면 베기와 탈곡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기존 참깨 수확보다 노동력이 98% 이상 줄어든다. 들깨도 종자 떨어짐과 관련된 생리적인 특성을 연구하고 종자 떨어짐이 적은 자원을 선발해 품종 육성 소재로 활용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내외에서 수집한 3,000여 자원의 다양한 들깨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기름 함량이 높거나 기능 성분이 풍부한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 종자 떨어짐이 적은 자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연구도 시작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보존 중인 자원 중 500여 자원을 대상으로 꼬투리 모양, 크기, 털, 종자 크기 등 특성을 조사하여 종자 떨어짐이 적은 자원을 선발하였다. 현재 종자 떨어짐과 관련한 특성평가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으며 종자가 잘 떨어지는 자원과 그렇지 않은 자원 간의 특성을 비교 분석하고 유전조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는 들깨 기계화 재배체계 확립을 위한 ‘농업유전자원’ 만의 접근 방식이다. 기계화 재배에 유용한 형질을 가진 자원을 발굴하여 품종개량에 힘을 보태고 재배단계별로 효용성이 높은 농기계를 개발해 적용한다면 밭작물 기계화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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