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악취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남 보성군의 양돈 농장주를 기리는 추모제가 16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양돈 농가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불특정한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 한돈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자칫 한 개인의 안타까운 선택으로 묻힐뻔한 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대한한돈협회가 “죽어야 끝나는 악성민원,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부터다. 마침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사례와 맞물리면서 보성군 양돈 농가의 얘기는 거의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이초 교사’ 사건은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교사들의 공감과 공분 속에 진상규명과 생활지도권 보장, 관련법 개정 요구 등으로 확산되면서 교육당국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반면 양돈 농장주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양돈산업을 둘러싼 환경분쟁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변화의 조짐이 없다. 보성군 양돈 농장주는 반복된 민원과 지나친 행정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포기했다.

축산전문기업에 입사해 현장을 다니며 기술을 익힌 후, 23년 전 고향에 터를 잡은 그의 농장은 농식품부가 선정하는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될 정도로 철저한 환경관리도 유명한 농장이었다. 누구보다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악취없는 농장 만들기에 앞장섰던 농장주가 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은 사람들의 맡아야할 과제다. 지금도 전국의 축산 농장 인근에서는 악취 민원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민원을 이유로 법을 지키며 건실하게 양돈업을 해온 농장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자칫 양돈산업의 와해와 함께 언제든지 제2,제3의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추모기간은 끝났지만, 고질적인 악취 민원 해소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업계의 노력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