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재 용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우리는 매일 식탁 위에서 다양한 농산물과 축산물을 마주한다. 과일처럼 수확한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러 방법으로 가공한 농축산물을 먹는다. 또한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어 우리 생활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공하면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반건시가 그 예다. 감은 떫은 감 상태로 오래 저장하기 어렵다. 곶감이나 감말랭이는 단순 건조만으로 만들 수 있으나 반건시만큼 값을 받긴 어렵다. 온도, 습도, 압력을 조절하는 가공기술을 적용해 고품질 반건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가공 후 원물이 가진 것 이상으로 효능이 높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홍삼이다. 수삼을 쪄서 말리면 홍삼이 되는데, 찌는 과정에서 몸에 좋은 여러 생리활성 성분들이 강화된다고 한다. 홍삼 가격은 수삼보다 월등히 높아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대추 역시 오래 저장하기 어려운 농산물이라 생과로 팔기보다는 가공해서 많이 팔고 있다. 대추를 가공하려면 씨 제거가 필수인데, 기존에는 씨 제거 기계가 없어 사람 손으로 일일이 씨를 제거해 시간도, 돈도 많이 들고 가공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도 씨 제거 기계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추 가공제품 시장에도 활기가 돌 전망이다.


축산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공기술도 개발되어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식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냉동식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그에 비해 해동기술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나 냉동육은 먹기 하루 전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여야 육즙이 덜 빠지고 신선도도 유지되는데, 그럴 시간이 없을 때는 고기를 녹이느라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물론 이렇게 녹인 고기는 맛도 보장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라디오파를 이용해 냉동육을 급속으로 해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두껍고 둥근 돈가스용 고기를 5분 내로 균일하게 해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라디오파를 이용한 소고기 단기숙성 기술도 개발하였다. 일반적으로 고급육은 드라이에이징, 즉 건식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방식은 3주 이상 걸리는 데다 검게 마른 부위를 떼어내면 먹을 수 있는 부위가 꽤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습식으로 숙성하는 방식도 있는데, 이 방식도 2주 이상 걸리며 미생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진공포장이나 냉동으로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소고기 단기숙성 기술은 라디오파가 고기 깊이 침투하여 저온으로 가열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48시간이면 숙성이 끝난다.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평가회를 거쳐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으며, 업체에 기술이전해 시제품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가공기술은 농축산물을 더 맛있게, 더 위생적으로, 더 부가가치 높게 변신시켜 제2의 생산활동이라고도 불린다. 소비자 만족도는 물론 농가 소득을 높이는 기술이기에 수확후관리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전문가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할 커다란 과제가 아닐까 싶다. 점점 다분화 돼가는 소비자 기호에 따라 가공기술 수요 또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공기술 개발·보급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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