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대전환 시도하는 경북, ‘들녘특구’ 조성사업 추진

 

들녘 단위 규모화·기계화·고도화 목적
개별농 중심에서 자립형 공동경영체로
공유농업·지주연동제 도입… 협업 강화
‘포항·경주·구미·울진’시범단지 지정

 

 

경상북도는 농업 소득이나 생산량, 귀농 인구 등의 분야에서 전국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심화와 지속되는 고령화로 인한  미래성장 동력 상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기 대두 등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경북은 이러한 기존 농업·농촌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경북 농업대전환’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들녘특구 조성사업’이다. 경북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들녘특구’는 농업의 규모화(들녘 공동경영), 기계화(2모작 작부체계), 고도화(첨단기계 융복합)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들녘특구로 지정된 구미 도개면에서 콤바인 시운전을 하고 있다.
 

 

농업대전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끄는 민선8기 경북 농업의 중점과제인 ‘농업대전환’의 핵심은 지속·발전 가능한 공동체의 육성이다.


지금까지의 농촌 지원사업이 개별 농가 위주의 보호 농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대응력을 갖춘 공동체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그야말로 농정 방향의 기본 틀을 바꿔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것이다.


‘들녘특구’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모작 작부체계를 100ha이상 규모화하고, 공동영농을 통해 농가소득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지의 집적화와 경제활동의 통합화로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점, 연중 소득 활동으로 월급 받는 체제가 가능하다는 점, 토지 소유주가 공동체에게 농지를 제공하고 소득을 분배받는다는 점 등 상호 협력을 통해 경쟁 농업 실현이 가능하다.


경북은 지난 5월 3유형의 4곳을 들녘특구 시범단지로 지정했다. 포항시(흥부영농조합법인)·경주시(광원영농조합법인)는 ‘식량작물 특구’, 구미시(샘물영농조합법인)는 ‘밀밸리 특구’, 울진군(행복농촌만들기)은 ‘경축순환 특구’다. 향후 이를 확산해 1시군-1특구를 조성할 방침이다.


지난 2일 들녘특구 성공다짐 결의식에 참석한 이철우 도지사는 “고령화, 기후변화 등 성장 동력을 상실한 우리 농업·농촌에 경북 농업대전환 공동체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농업의 틀을 확 바꿀 것”이라면서 “농업대전환이 모범 사례가 돼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농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작물 특구 ‘포항시 흥애읍’ 

57호의 농가가 참여해 벼와 보리 생산을 중점으로 보리 음료를 생산하는 식품기업에 연간 400톤 납품을 목표로 보리재배를 현재 50ha에서 올해 100ha까지 늘린다. 2025년까지 이모작 공동영농을 150ha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소형 보리 도정시스템을 구축해 농협이나 로컬푸드점을 통한 소포장 위주의 직거래 판매를 추진한다.


지역의 신규 청년농업인 11명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해 가공품 개발, 체험 농장 운영 등 융복합 사업의 추진으로 공동체 경영의 시너지를 높인다. 


2024년까지 소득향상 목표는 기존 벼 단작(101ha) 7억3,900만원에서 이모작(101ha) 10억5,000만원과 가공·유통(직거래 100톤, 농장체험 2만명) 4억9,700만원으로 삼았다. 

 

지난 2일 구미 소재 샘물영농조합법인에서 열린 들녘특구 성공 다짐 결의식 모습.

 

식량작물 특구 ‘경주시 천북면’ 

136호의 농가가 참여해 논콩과 조사료를 중점으로 생산한다. 청년농업인을 양성하고 농업공동체를 육성하는 들녘특구 사업의 취지에 맞게 고품질 조사료 생산을 위해 청년농업인과 영농 대행 협업을 추진한다.


하계에 생산되는 콩은 두부, 빵 등의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인다. 보문단지 등 지역 관광지와 연계 판매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범운영 중이던 농촌체험을 팜파티, 할로윈 축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득을 높일 계획이다.


2024년까지 소득향상 목표는 기존 벼 단작(104ha) 7억6,100만원에서 이모작(104ha) 12억4,600만원과 가공·유통(즉석두부 150톤, 농장체험 2만명) 6억5,500만원으로 삼았다. 2025년까지 이모작 공동영농을 150ha로 확대한다.

 

밀밸리 특구 ‘구미시 도개면’

90호의 농가가 참여, 기존 콩나물과 장류콩 위주의 일모작 재배에서 동계 밀 생산을 추가, 확대한다. 자급률 1%대인 국산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우리밀 제분시스템과 연계해 밀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국산밀 제분에서 문제가 됐던 정선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제분시설과 밀 건조 시스템 제조 공장 등을 구축해 고급분을 생산한다. 지역 베이커리와 연계해 우리밀 빵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경북도내에서 생산된 밀 알곡은 모두 이곳에서 제분해 생산·가공·유통까지 연계가 가능한 경북 밀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 콩단작(122ha) 시 11억4,200만원의 소득을 이모작(122ha)을 통해 2024년까지 15억8,500만원으로 끌어올리고 가공·유통(밀제분 500톤, 제빵 2만개)에서 9억8,800의 소득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이모작 공동영농을 350ha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축순환 특구 ‘울진군 평해읍’

73호의 농가가 참여하는 조사료의 생산과 가공특화단지로서 벼와 조사료 이모작 작부체계가 중심이다. 청년농업인들이 주체가 돼 참여하며, 2025년까지 단계별로 이모작 영농면적을 150ha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구에서 생산된 조사료는 열풍 건조 시스템에 투입해 고품질 건초를 시간당 400kg 이상 안정적으로 생산, 축산농가의 편의성을 위해 20kg 단위로 소포장해 판매할 계획이다.


조사료 외에도 동해안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풍경을 유채, 유색보리 등 경관작물과 연계해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소득을 창출할 방침이다.


벼단작(120ha) 시 8억7,800만원의 소득을 이모작(120ha)을 통해 2024년까지 14억1,500만원으로 높이고 가공·유통(조사료 2,000톤, 직거래 100톤)에서 4억8,000의 소득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  손재근 경북대 명예교수 

 

‘농업대전환’  왜 필요한가?

 

 

 

경상북도 식량안보정책자문관, 들녘특구 조성 기술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손재근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네덜란드와 같은 농업 선진국처럼 농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첨단산업으로, 농촌을 청년이 돌아오는 희망 타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업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농업은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성장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개별 농가 위주의 영세농업의 지속과 도·농간 소득 격차의 심화로 농업의 지속성마저 위기에 처했다”면서 “또한 농산물 소비와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쌀 소비량은 지난 1990년대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감소해 쌀 공급은 과잉이지만 밀, 콩 등 소비 곡물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곡물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감소돼 식량안보에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대로 둔다면 농업 생산성 저하와 성장 동력 상실로 식량 기반이 무너지고 농촌사회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개별농가 중심의 생산농업과 보호농업에서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경쟁의 농업, 규모화되고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공동체 중심의 농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들녘이나 마을 단위로 재배면적을 규모화하고 경운·파종에서부터 수확·건조까지 기계화된 공동영농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 농업을 스마트팜 등으로 첨단화하고 가공·유통, 체험·관광이 접목된 6차산업으로 융복합해 농업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들녘특구’ 사업은 관 주도의 생산 중심, 지원금에 집중된 지금까지의 공동체와는 달리 농업인 주도의 연중 일할 수 있는 융복합 공동체라는 차별성이 있다”면서 “들녘특구 사업이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공동체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  조영숙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들녘특구’ 어떻게 추진되나?
 

 

 

 

조영숙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은 농업의 규모화와 융복합화로 농가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는 경북 농업대전환 ‘들녘특구 조성사업’을 경북농기원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올해 초 기술원 내 들녘특구팀 신설을 시작으로 예산 확보, 농업인 의식전환 교육, 기술자문단 구성 등 야심차게 사업을 준비했다”면서 “지난달 식량작물 특구로 포항시와 경주시, 밀밸리 특구로 구미시, 경축순환 특구로 울진군 등 4개의 들녘특구를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들녘특구는 연중 소득 활동이 가능한 새로운 공동체로 육성된다. 식량작물의 2모작, 식량·경제작물의 2~3모작의 자립형 경영체로서 개별농가, 농지위탁, 복합형 등 유형별로 농가 참여가 가능하다. 


또 농가 단위 자원을 들녘 단위로 통합·경영하는 공유농업 개념을 적용하는 한편 들녘 단위 규모화 경영을 위한 지주연동제(주주제)도 도입된다. 생산·가공·유통·기계 등 분야별 협업시스템도 구축된다.


조 원장은 “들녘특구는 공동경영체의 자립 운영 역량 강화를 위해 개별농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노동, 자본의 생산 요소들을 들녘별로 통합하고 규모화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생산체제인 ‘공유농업’과 개인이 소유한 토지를 갖고 직간접적으로 공동체 경영에 참가해 토지지분과 경영활동에 따라 소득을 분배받는 ‘지주연동제’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식량작물·밀밸리화·경축순환 특구에 이어 향후에는 원예작물·약용작물 특구를 확대해 2026년까지 5개 권역 22개 시군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주는 주주로, 청년은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하도록 농업의 기본 틀을 바꾸는 농업대전환의 첫걸음인 ‘들녘특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며 “들녘에서부터 들불처럼 일어나는 농업대전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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