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매시장, 관심은 높지만 성공안착은 ‘글쎄’

도매법인 리스크 최소화 안간힘…농업인 관심·교육 태부족
현장목소리 의견 수렴…이해당사자 공감대 이끌어야

농산물 유통의 변화가 거세게 일고 있다. 기존 도매시장의 상장거래 방식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유통 구조 개선방안 일환으로‘온라인 도매시장’을 오는 11월 30일 출범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욕과는 반대로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기대 반 우려 반’ 이다. 국내 농산물유통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손쉽게 해결될 것 같았으면 일찌감치 해결됐을 것이라는 지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는 만큼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워크숍과 권역별 설명회를 갖고 온라인 도매시장의 당위성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온라인도매시장은 33번째 도매시장

“현재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이 32개소인데 온라인 도매시장이 가동되면 33번째 농산물 도매시장이 출범하는 것과 같다. 이 시장에선 도매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구매자와 판매자만 존재하게 된다.”


농식품부 남현중 사무관은 권역별 설명회에서“온라인 도매시장은 완전 자율경쟁체가 도입돼 기존 오프라인 시장 거래에서 불만이 있거나 부족했던 부분이 온라인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구현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가 시장 개설자로서 운영·관리를 맡고 다양한 주체가 ‘판매자’ 또는 ‘구매자’ 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산지 APC(직접판매), 도매시시장법인(위탁판매), 시장도매인(매수판매) 등이 판매자, 중도매인, 대형마트, 식자재업체, 가공업체 등이 구매자가 된다. 또 오프라인 시장에서 지정·허가를 받은 우선 입찰·정가 거래를 중심으로 온라인 도매거래 기능을 구현한다. 


농식품부는 우선 입찰과 정가거래를 중심으로 하되, 경매·예약·발주 등 다양한 거래가 가능토록 플랫폼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래품목 축산분야까지 확대 

플랫폼 형태는 품목별로 대량 도매하는 시장과 여러 품목을 소량 도매하는 시장 2개로 구성되며 출범 초기에는 품목 도매관 위주로 운영, 추후 식재료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거래 품목은 청과 중심의 온라인 거래가 용이한 마늘, 양파, 배추, 무, 당근, 파프리카 등 18개 품목을 우선 취급하고 순차적으로 쌀, 잡곡, 축산, 국산 가공식품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산 방식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 따른 정산 방식이 유효하고 유통공사 운영예정인‘통합정산소’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물류는 출하자가 구매자에게 직배송하는 방식을 우선 적용, 거점 물류체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수수료는 현재 도매시장 보다 획기적으로 낮다. 시장운영자는 판매자로부터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구매자로터 정산수수료를 받고 출하자는 판매자에게 위탁수수료를 지급한다. 


거래대금 정산, 담보 및 신용한도 평가, 입출금 관리 등 온라인도매시장 통합 정산소 운영을 위한 여신 관리시스템이 구축된다. 또 효율적인 시장 관리 및 분쟁조정을 위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가 운영된다. 

 

우려의 목소리 여전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새로운 유통채널은 ‘기준가격 제시’,‘가격 결정’등 기존 도매시장 기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온라인도매시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기존 도매법인들은 어떻게든 리스크가 발생될 수밖에 없고 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 이라며 “막연하게 새로운 도매시장이 열린다는 개념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시장과의 마찰없이 연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품목별로 거래 금액이 큰 중도매인이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경매제도를 통한 기준 가격 제시 기능이 사라지게 돼 결국 농가들의 수취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도 논란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 매매참가인이 규모화된 산지와 직접 거래를 할 경우 기존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중도매인 등이 온라인 도매시장과 거래를 병행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시장과 거래가 감소하게 되면 경쟁체계가 무너져 기준가격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직과 인력을 갖춘 중도매인에게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도매인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또한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를 마친 농산물이 기존 도매시장으로 반입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매법인 한 관계자는 “막상 온라인 도매시장이 추진될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보완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면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온라인경매 발목 잡는 제도 개선해야 

또 다른 문제는 과연 정부의 구상대로 유통인들이 온라인 도매거래에 활발히 참여하겠냐는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시장과의 경쟁, 가락시장의 기준가격 하락, 지방 도매시장의 하락 등 기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높다. 


농식품부는 걱정만으로 농산물유통의 변화를 꾀할 수 없기에 온라인 도매시장은 반드시 추진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지방 도매시장은 온라인 도매시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방 도매시장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확보할 수 있는 산지수집 능력이 높은 만큼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충분히 양질의 거래가 가능해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능력있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발굴과 참여에 집중하고 있다. 가락시장이 국내 최대 시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우량 출하자들과 구매력 있는 중도매인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온라인도매시장이 국내 농축산물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밀어붙이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면서 “온라인 도매시장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맞지만 현재의 유통 흐름을 저해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잠재돼 있는 만큼 세심한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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