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달순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몇 해 전부터 정원 좀 꾸민다는 사람들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른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호미’ 다. 살펴보니 극찬도 이런 극찬이 없다.

“만능 농기구” ,“정원이 있으면 반드시 사야 할 도구”, “호미를 쓰기 전 어떻게 정원을 가꿨는지 의문” 등 5점 만점에 5점에 가까운 점수들이 이어진다.


  “농촌에 가면 흔전만전 집마다 널려 있는 게 호미잖아? 새삼스레? 인제 와서?”라는 의문은 금세 풀렸다. 앞선 극찬들은 호미를 처음 써 본 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몇 년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이름을 올린 호미는 예상하지 못한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의 원예 부분 상품 톱10에 오르기도 했다.


  작은 손삽으로 정원을 가꾸던 외국인들에게 호미는 가히 혁명적인 도구라고 한다. 손삽은 정교함이 떨어져 힘이 많이 들고 작물에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호미는 원하는 부분만 땅을 팔 수 있고 한쪽에 날이 서 있어 풀을 베는 것도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등지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홈가드닝이 유행하면서 ‘K-호미’ 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 또는 관련 문화를 상징하는 접두사 ‘K’ 가 세계를 휩쓰는 중이다. ‘K’ 를 “품질보증과 같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K’ 가 붙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콘텐츠들은‘한국형 매력’을 뽐내며 세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우리 농업도 세차게 부는 K바람을 타고 세계시장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중이다. 그중 하나로 곤충산업을 들 수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2021년 기준 남아프리카 전역에 가뭄과 홍수, 경제적 혼란으로 약 4,5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와 맞물리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곤충에 주목하고 농촌진흥청을 찾았다.

세계은행의 도테 베르너 박사는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개발된 곤충 관련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 이라며 우리 곤충산업을 극찬했다. 농촌진흥청은 세계은행과 함께 아프리카에 한국의 곤충산업 육성 경험과 식용곤충 생산기술을 전수하는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딸기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딸기 수출량은 2007년 986톤에서 2021년 4,871톤으로 15년 사이 5배 증가했다. 30여 년 전 일본 품종이 90% 이상이었으나 2001년 매향, 2005년 설향 등 우리 품종이 개발되면서 2021년 기준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96.3%에 이른다고 한다. K-딸기는 달콤함과 새콤함의 조화가 좋고 과실이 큼직해 해외에서 인기 만점이란다.

농촌진흥청은 딸기 단단함을 유지하고 곰팡이 발생을 억제해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수출 딸기 신선도 유지 일관 체계화 기술과 CA컨테이너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언젠간 우리 농업도 K-팝이나 K-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K’ 라는 품질보증에 어울리는 우수한 연구성과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생산부터 수출까지 상품성을 유지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확립하고, 수출 농가의 어려움을 최우선으로 해결한다면 세계시장의 중심에서 ‘K-농업’을 외치는 날이 금세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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