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경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전문연구원 

 

건강은 인류 최고의 관심사다. 중국 진시황은 평생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고대 인도에서는 호랑이의 고환을 먹었다. 우스갯소리로 바퀴벌레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지구상의 바퀴벌레는 멸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인류는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일상이 거의 멈춰진 2019년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뜨거워졌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하는 건강은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 를 의미한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은 상호작용을 하기에 어느 한쪽만 건강하다고 해서 완전히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기존 의학의 한계를 보완하고 병행하기 위한 보완적, 예방적 의미의 치유 콘텐츠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행동반경이 좁아져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후유증으로 인해 행동 조절 능력이 떨어진 이들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내 몸에 꼭 필요한 건강을 찾아 직접 우리나라 농촌 여행도 즐기고 건강도 잡겠다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조선 후기 장혼이란 사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 터를 잡아 한평생을 설계하며 행복해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집은 호화주택이 아니라 작은 집이다. 기와도 얹지 않고, 백토도 바르지 않았으며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꽃과 채소를 심었다. 그가 생각한 집은 햇빛과 달빛, 비와 바람이 차례로 찾아들며 자신이 평생 살려고 지은 곳이었다.

그는 집을 짓기 전부터 꽃이 피면 그 꽃을 보고, 나무가 무성해지면 그 아래서 쉬었으며, 열매가 달리면 따 먹고, 채소가 익으면 삶아 먹는 등 집에서 건강을 지키며 즐길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30세 이전에 ‘평생지’ 를 써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설계했던 그는 69세가 되던 이듬해 세상을 떠나면서‘농’문화와 함께 늘 만족하게 살았음을 마지막 글로 남겼다.

농업은 우리나라 어느 마을에서나 눈에 띄는 모습이지만, 그 가운데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즐겁게 생활하는 치유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밥이나 차를 마시는 것처럼 일상적인 삶이 농업에서 문화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2023년을 이끌 트렌드 중 하나인 ‘공간력’ 은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나타낸다. 사람을 모으고 소통하며 알리는 매체로서의 치유가 주는 농업 공간 개념이 중요해진 때가 왔다. 이 공간에서 자연 순리에 맞는 식생활과 신체활동으로 ‘의식동원(醫食同源)’ 을 실천한다면 자연과 농업이 주는 치유의 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농’ 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도시민들에게 성장과도 같은 글자다. 자본주의적 경쟁에 벗어나 농업, 농촌에서 매력적인 2막을 꿈꾸는 농부의 삶을 응원한다.

더불어, 쉼이 있는 지속가능한 치유농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구도 더 매진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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