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마트농업 초기 단계, 임기 동안 인프라 구축에 최선”

고상환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장은 “앞으로의 농업은 매번 더 큰 위기와 더 큰 변화를 마주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고 원장은 특히 “국제 정세에 따른 식량안보 문제가 대두되고,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의 문제는 농업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며 “제주의 미래농업이 보다 희망차고 빛 날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의 장으로 전환시키고, 적극적인 변화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고 원장을 만나 제주농업의 현안과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가칭 ‘제주농업디지털혁신본부’ 설립 계획
인력 양성할 스마트팜교육센터 설치 추진 
기후변화 대응·저탄소농업기술 연구 박차

 

 

 

■ 제주농기원 농산물원종장장, 원예연구과장, 연구개발국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셨다. 그동안 특별히 생각해 온 제주농업의 현안이 있다면.
제주의 대표작목인 감귤과 월동채소는 과잉생산 등 수급 불안정과 국산품종 점유율이 낮다는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기술, 스마트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또한 섬 지역의 특성상 농가 경영비가 높고, 농업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 농기계 임대 수요가 많지만 이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제주’산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좋은 원재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한 가공제품 등의 연구개발은 다소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 제주 스마트농업이 초기 단계라고 언급하셨다.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해 기술원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2세대 지능형 기술을 정착시켜 고도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형 시설원예 스마트팜 시스템을 159개소에 보급했으며, 올해 18개소에 보급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시설과 시스템 보급에서 그칠 게 아니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스마트팜 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청년농업인 중심의 현장교육을 실시해 제주의 디지털농업을 이끌어 갈 정예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향후 ‘(가칭)제주농업 디지털 혁신본부’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는 민선 8기 제주도정의 농업 분야 핵심공약이자 전국 최초의 농산물 통합 수급관리 협의체인 ‘(가칭)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과 맞물려 추진되는 사업으로, 정밀한 농업관측 및 데이터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수급조절 등 농업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다.


농업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디지털 서비스 체계 구축으로 농업생산, 유통·출하, 농업기술지도 및 경영 컨설팅, 농업정책 의사결정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2월부터 설립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조례 제·개정, 인력·예산 확보, 관측모델 개발,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제주의 대표 특화작목인 감귤과 월동채소의 신품종 육성 및 우량 종자 공급 성과와 계획이 궁금하다.
신품종 육성 및 우량 종자 공급사업은 종자 주권 확립을 목표로 하는 제주농기원의 핵심사업이다. 2016년도부터 신품종 육성 추진 실적을 살펴보면, 감귤은 가을향, 우리향, 달코미, 설향 등 4품종을 육성하고, 농가 실증재배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5개 농가 2.6ha, 올해 27농가 5.6ha에서 실증 중이며 내년부터는 가을향 2만주, 달코미 6만6,500주, 우리향 7만4,500주가 농가에 보급된다. 또 올해 중 감귤 2종을 품종출원할 계획이다.


월동채소는 4작목 11품종을 육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양파의 경우 싱싱볼, 탐라볼, 싱싱볼플러스, 황수옥 등 4품종, 마늘은 한라장아찌, 장새미, 대사니 등 3품종, 당근은 탐라홍, 브로콜리는 뉴탐라그린, 한라그린, 삼다그린 등 3품종이 있다. 


향후 양파, 마늘은 신품종 보급에 주력하고 당근과 브로콜리는 품종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근 1품종(미니홍)을 출원할 예정이며, 브로콜리 2품종(삼다그린, 한라그린)은 농가 실증재배 10ha와 실시권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 식량 작물과 밭작물 육성을 위해서는 어떤 사업들을 펼치고 있나.
식량 작물로는 감자의 경우 제서, 탐나, 홍지슬, 더탐나, 홍지슬플러스 5품종을 육성했으며, 콩 아람, 메밀 양절, 팥 홍다 기장 올레찰 등 4작목 4품종을 선발했다. 또한 우리밀 등 5작목 45계통(밀 9, 맥주보리 5, 콩 17, 기장 5, 감자 9)의 지역적응시험을 실시하고, 감자 홍지플러스의 농가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밭작물 5작목의 종자 33톤(감자 19, 콩 3.5, 보리 4.5, 메밀 3, 마늘 3)과 백합 루시퍼 종구 3만8,000구를 공급했다. 올해는 밭작물 5작목 30톤(감자 15, 콩 3.9, 보리 3.6, 메밀 3.0, 마늘 4.5)의 종자를 공급하고 백합종구 2만5,000구 공급했다.


신품종 육성과 더불어 시장성을 갖춰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농가에 보급하기 전 시장 테스트를 거치고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품종을 내보이도록 노력하겠다.
  


■ 전국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작목 육성과 농업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는 어떤가. 
점점 따뜻해지는 제주의 기후에 적합한 아열대과수를 발굴해 도입했다. 현재 적색종 용과와 키위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키 작은 바나나의 재배면적 확대,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저온성 망고 품종 선발, 패션푸르트의 재배기술 확립을 위해서도 힘쓸 계획이다.


또 농업인들을 위한 기상에 따른 적기 영농지도를 위해 도내 39개소의 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시간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리, 저온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기상재해와 병해충 발생이 빈번하고 그 피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재해 유형별 농작물 재해 대책 매뉴얼을 제작해 운영하며 주요 병해충의 적기 예찰과 신속한 방제에 힘쓰고 있다.

 

■ 탄소중립 농업 실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저탄소 농업기술로 토양에 투입되는 화학비료의 양을 줄이기 위해 제주 토양에 맞는 비료사용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6작물(감자, 콜라비, 비트, 부지화, 브로콜리, 마늘)의 비료사용기준을 설정했으며, 올해엔 섬쑥부쟁이의 비료사용량을 설정하고 마늘과 단호박의 적정 시비 농가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바이오차와 토착미생물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발굴하고, 대표 필지와 농업용 관정 등 농업환경자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난방시스템 보급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98개소에 이뤄졌으며, 올해엔 8개소에 추가로 보급할 예정이다. 


이 중 42곳의 농가가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권거래제 사업에 참여해 총 2만6,245톤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감축량을 인증받고 6억5,000만원의 부가수익을 창출 했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량 인증 농가를 늘려갈 계획이며, 현재 36곳의 농가가 감축량 인증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기후변화와 시장개방 확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 제주농업을 힘들게 하는 대내·외적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며 청사진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농업기술원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시대,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미래지향적인 연구·지도체계를 구축하겠다. 변화에 끌려가는 게 아닌,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조직개편과 이에 부합되는 인력의 재배치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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