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농정 1년… “농업·농민을 위한 ‘농사값’ 보호정책 외면”

‘20년째 뒷걸음질’ 농업소득, 농산물 시장위험 관리지원 공약 ‘오리무중’

 윤석열 농정 1년 평가 

윤석열정부의 농정 1년을 맞아 평가작업이 분주하다. 농식품부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해법을 제시했고 미래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등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은 윤석열정부의 색채를 담은 농업정책은 2년차인 올해부터 가시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농업계의 목소리는 ‘지난 1년간 농사짓는 생산비 폭등 문제는 어찌 처리했으며, 농산물값 폭락에 따른 농가 피해는 어찌 대응했는가’ 를 따지고 있다. 이들의 지적은, 정부의 스마트농·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때마다 거듭 홍보하는 정책과는 내용이 다르고, 농가소득이라는 같은 문제를 놓고도 차이가 크게 갈리고 있다.

정부와 농민이 농업을 놓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면, 농업 현장과 정부의 데스크가 다른 내용의 스피커를 켜고 있다면, 이것은 ‘농민의 시각’ 을 외면한 소통 부재를 의미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그간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 성과에 대해 브리핑 했다. 이날 정 장관은 “새 정부 출범 후 1년간은 국제공급망 위기 등 산적한 난제를 풀어나가면서 농업이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농업계는 물가대책에 가려진,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1년이였다고 지적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그간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 성과에 대해 브리핑 했다. 이날 정 장관은 “새 정부 출범 후 1년간은 국제공급망 위기 등 산적한 난제를 풀어나가면서 농업이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농업계는 물가대책에 가려진,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1년이였다고 지적했다.

 

 


 “ ‘농민 중심’ 농정 결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휩싸였던 우리나라 농정의 한해살이는 정부나 농민 모두 힘겨운 시대로 간주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등 외부요인에 농업·농촌·농민이 보호막없이 노출돼 오는 동안 정부의 존재와 임무는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년을 돌아보는 농정 평가에 가장 많이 얘기돼 온 논쟁, 현재도 해법찾기에 고민인 윤석열정부 농정의 문제는 이같이 정부가 농민을 지키고 있는지, 정부 본연의 역할을 묻는 농민들의 질의 자체에 있다.‘농민이라는 사람 중심의 농정’에 정부가 무슨 과제를 던지고 추진했는지가 시금석이란 중론이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1월 25일 농정공약을 발표했다. 이중 핵심은 ‘농업직불금 5조원 확충’ 이었다. 농가당 직불금 수령액을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린다는 약속은, 농민들이 농촌생활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령농의 경제를 지원하고, 청년농에게 미래를 약속하고, 의료서비스를 넓히겠다는 세심한 공약들은 모두 ‘농민 중심’의 농정공약이 확실했다.


그러나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윤석열정부 1년을 돌아보며 발표한 ‘1년 성과물’ 은 ‘튼튼한 식량안보, 미래성장산업화’ 로 상징한다. 대통령선거 기호2번 윤석열 후보의 ‘농업 정책과 예산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캐치프레이즈와 뉘앙스가 다르다. 엄밀히 말해 식량안보·미래성장산업은 현장 농민 대상 정책이 아니다. 농민들의 농업 소득안정에 필요한 정책과 이에 수반된 예산을 늘리겠다던 약속과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당시 농산물 수급조절과 관련,‘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에 대해 시장위험관리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고, ‘경영부담 경감’공약으로 내걸었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즉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제도적 장치 등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농정의 지난 1년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소비자가격 중심의 농산물 가격억제 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 소비자 중심의 소비정책과 농민 중심의 생산정책, 양면을 배려한‘완충제’역할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농식품부의 ‘5월 주요 농축산물 수급 대책’ 을 보면, 양파·감자·닭고기 등에 대해 저율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물량 확대로 시장가격 ‘하락 안정세’ 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 일환이다. 허나 봄 양파농가·겨울감자 농가·양계 농가 등은 생산비를 감안한 출하가격 소득요인을, 열매를 수확하기 전부터 잃고 있다. 당장 출하를 앞둔 양파농가들은 수입반대를 외치며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윤석열정부 농산물수급조절 관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 농정은‘농민 중심’의 생산부문을 배제한,‘물가낮추기’수급정책 수단으로 일관된 농정을 폈다는 평으로 요약된다.

 

“쌀정책, ‘농사값’ 뺀게 문제다”

문재인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내내 정쟁으로 일삼던 쌀 문제(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농민을 외면한 농정으로 꼽힌다. 쌀에 대한 문제는, 정부가 매기는‘적정쌀값의 기준’이 생산자와 소비자 중, 어느 한쪽에 편중됐을 경우 발생한다. 공공비축미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재정당국은, 쌀시장격리 시점과 수매가격을 소비자물가에 맞춰 조절했고, 동전의 양면처럼 생산자인 농민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쌀값 폭락 사태를 맞닥뜨리게 됐다. 전국쌀생산자협회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쌀값 폭락에는 유연하고 쌀값 상승에는 강력하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고 언급했다.


‘적정 가격’, 즉 정부는 벼 출하가격과 쌀소매가격 사이에서 양쪽을 모두 지키는‘수급조절’기능을 수행했어야 했지만, 이처럼 생산자 쪽 피해의식을 양산한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농민 중심’ 의 쌀 정책을 외면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부가 산지쌀값을 보호하지 않는다’ 는 시그널은 쌀 시장에서 고스란히‘쌀값 폭락 진행형’ 으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또 ‘쌀에 농업 재정이 편중됐다’ 는 여론을 주도했다. 국민 주식인 쌀에 마땅히 그만치의 규모 경제가 투입되는 필요성과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해진 파이’ 에서 쌀정책에 배당한 돈을 줄여 스마트농업과 청년농 등에 사업예산을 늘리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농민들의 공분을 샀고, 현재의 갈등 상황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농업소득에 치중해야 진짜 농정이다”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농정 1년 관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2022년 농업소득은 전년대비 약 190만원 가량 줄어든 1천1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농업소득 폭락 원인은 대부분 농축산물 값이 떨어지고 농가의 농업경영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현정부 농정을 비판했다.


실제 정부의 농업정책을 살펴보면, 농가의 종합소득(농외소득, 직불금 등 이전소득 포함)을 열거한 정책 이외, 순수하게 농사지어서 소득을 올리는 농업소득 향상에 대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 2022년 농업소득이 1천105만원이고, 20년전인 2002년 농업소득이 1천127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농업소득 향상을 위한 관련 정책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학계의 한 농학자는 “정부의 농업소득 관련 정책은 이미 오래전 종료했다. 흔적으로 남은 농산물 증산정책에 대해서도 유효기한이 다 됐다는 판단 아래, 품질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 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정부 또한 농업소득을 외면한, 지금까지의 관성에 맞춰 정책을 진행해왔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의 농업경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비료·농약 등 중간재비용이 수직 상승하면서 농산물 키우는 생산비가 늘었으나, 농산물 판매가격은 예외없이 폭락을 거듭한 것으로 표면상 정리된다. 그 결과로 2022년 농업부가가치가 28조2천210억원, 전년에 비해 3조6천500억원이 깎였다. 사라진 농업 부가가치는 농정의‘사각지대’로 존재하고 있고, 오롯이 농민들의 소득감소가 됐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여전히‘선제적’물가대책 명목으로 수입산 방출에 나서고 있고, 5월11일 오후 2시 현재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출하를 앞둔 양파농민들이 생존권 집회를 열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