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과장

 

 

시대에 따라 벼 품종개발 목표도 변화한다. 벼 품종개발의 주요 목표는 수량성, 밥맛, 병해충과 재해 저항성 등의 품질향상이다. 


한국전쟁 후 보릿고개를 넘기며 1970년대에는 다수성인 통일형 벼 품종을 보급해 주곡인 쌀의 자급자족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동남아에서 재배되는 인디카 계열인 통일형 벼는 도열병과 냉해에 약하고 밥맛이 좋지 않아 점차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됐다. 1980년대 들어 자포니카 벼 품종들이 개발, 보급됐고 현재 우리나라 재배면적의 99%를 차지하게 됐다.


국내외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식량 수급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021년 44.4%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쌀만은 예외다. 쌀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 수급 조절을 위해 가루쌀 품종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가루쌀은 전분 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되어 있어 작은 힘으로도 쉽게 빻을 수 있는 품종이다. 밥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제과·제빵 등 가공용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쌀 수급조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2026년까지 4만 2천ha로 확대하여 20만톤을 시장에 공급하여 수입밀가루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한 가루쌀 품종‘바로미2’는 생육기간이 짧아 밀과 함께 이모작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산밀 자급률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바로미2’에 이어 수발아와 저장성이 향상된 가루쌀 신품종도 육성 중이며 2025년에 품종을 출원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병해충 저항성과 재해안정성 향상, 화학비료 절감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벼의 주요 병해충은 도열병, 벼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벼멸구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세균성벼알마름병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도열병은 화학적방제가 가능하지만 일반 세균성병은 약제 방제보다는 저항성 품종개발을 통해 방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상이변에 따른 벼 등숙기 고온과 잦은 강우는 쌀 수량 감소와 품질에 영향을 준다. 쌀이 익어가는 가을날 낮에는 온도가 적당히 높고 밤에는 온도가 낮아야 전분 축적이 잘 되어 쌀의 품질이 좋아진다. 비 온 뒤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도 벼 품질을 나쁘게 한다.

따라서 잦은 강우에도 수발아가 잘 안되며 벼가 익어가는 동안 고온에 견디는 힘이 강한 품종개발이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 실천에 농업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29.7%를 차지하는 논 농업에서 화학비료 감축과 메탄 방출을 줄일 수 있는 벼 생산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온실가스 중 하나인 아산화질소 방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소시비량을 줄여도 쌀 수량이 500kg/10a 수준으로 유지되는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품종은 질소시비량에 따라 쌀 수급조절이 가능하므로 온실가스 감축과 식량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나의 품종이 개발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쌀이 남아돈다고 해서 방심한다면 미래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다. 이상기상에 의한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재해 안정성이 뛰어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산업체, 소비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