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익 한국고구마생산자중앙연합회장

 

4월이다. 고구마도 심고, 배꽃도 따야하는 봄 농번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농업인들의 마음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올해도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농업인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마비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90% 이상의 노동력을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이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경우도 있고,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로 들어왔다가 스스로 불법체류를 선택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이후 지금까지 농업인들은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인한 벌금형까지 감수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또, 외국인 노동자 부족과 타 산업으로의 이탈 등으로 이들을 고용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이다.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 부족은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부터 예견됐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급감했고, 우리나라에 체류하던 불법체류자들은 인건비를 급등시키며 농업인들의 경영을 악화시켰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정부가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에 나서며 농업인들은 점점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농사짓는 여주시는 고구마 심을때와 수확기때 대략 1,5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동원된다. 하지만 인력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고구마 농가의 20%가 폐원했고, 전국적으로도 농사를 포기하거나 면적을 줄이는 농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업인들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것이 불법인지 알고 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것은 그들의 역할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단속전에 농업인들이 왜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인건비에 대비해서 일 처리는 늦고, 다른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있으면 불법체류자인 것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또, 농업인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적발되면 1인당 300만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 농업인들은 이런 부분까지 감수하면서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생존을 위해서다. 


정부는 농업인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인력 고용구조를 마련해주고 난 후에 단속을 하더라도 하는 것이 맞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고용 농업인의 보증을 바탕으로 한 한시적인 체류제도를 시행한 뒤 정부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하면 문화적 충돌, 임금 불만 같은 이유로 농업인과 충돌하는 부분과 SNS를 통한 그룹화 등을 방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농업인들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단속과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비현실적인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또 다른 불법을 부추기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과 갈등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빨리, 한시적이라도 불법체류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데려와 영농인력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가로 고민해야 한다. 


연초부터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농촌현장에서는 이미 불법체류자들이 숨기 시작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부디 농번기만이라도, 코로나19가 끝날 때 까지만 이라도 단속을 멈춰달라는 우리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정부는 귀담아 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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