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선거 아닌 협동조합의 ‘자율·민주’ 임원선출 절실하다”

 

  농협 조합장 선출…지배구조 정치권력화 ‘비상식적’

 

 

 

 GS&J 인스티튜트 박성재 박사

“자발적이고 자율성이 생명인 협동조합이, 임원(조합장) 선출을 외부에(선거관리위원회) 위탁했다는 것 자체가 협동조합임을 내려놨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조합장 선출 선거가 정치 권력으로 깊게 뿌리박혔다는 뜻이다.”


지난 21일 만난 농업관련 협동조합 전문가 박성재 박사(GS&J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대한 종합평가를 묻자, 정치화된 선거 자체에 대한 지적을 먼저 했다. 박 박사는“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선거 때문에 협동조합 원형인‘자율’을 포기하고, 정체성에 배치되는 ‘간섭’을 선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헌데 위탁선거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생소하다.  


말썽소지가 많아서 국가 차원의 선관위 운영·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선거운동의 과열과 비리·부정 등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위탁선거법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같은 명분으로 정책 토론을 금지하고 ‘깜깜이선거’로 몰려있지 않은가. 유권자의 알권리와 후보자의 정책 홍보를 차단하면서까지‘선거를 위한 선거’를 치르는, 본말이 전도된 행사가 됐다. 


위탁선거법은 협동조합 원형에 안맞는 이질적인 제도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단체·협동조합 운영으로 보지 않고 정치집단으로 본다. 그런 시각을 대입하면, 1천350여개에 달하는 조합이 전국 곳곳에서 선거전을 벌인다는 그 자체가 과열이고 비리이다. 협동조합의 생태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해법으로 선거제도를 일괄 적용하게 된 것이다.

 

■ 이번 조합장선거 결과, 현직 조합장 당선률이 62%이상에 이르고, 60대 이상의 연령층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의원 5, 60명 규모의 조합에서 선출된 조합장이 1조원이 넘는 조직을 운영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본래 협동조합 임원(이사)선출은 조합원 정기총회나 대의원총회를 통해 임원후보자명단이 담긴 의안으로 제출된다. 이렇게 조합원 총회 의결로 선출된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의장 성격의 조합장을 뽑는게 일반적이다. 인사권·경영권 어느하나 조합장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경제사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인사 선택도 이사회의 의결에 따른다. 철저한 민주적 원칙을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 자연스레‘감투욕구’를 차단한 규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사회를 활성화시키고 중심축으로 활용하는 이사제 개편이 필요하다. 이렇게 협동조합을 제도적으로 고쳐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숭고한 이념을 갖고 행해야 한다. 개별의 농민들이 모여 ‘합동의 힘’ 을 만든다는 것, 그만큼 비례해서 구속이 생긴다. 여기에 철저한 민주적 원칙하에 움직이는 것 등이 이념 속의 노력들이다. 이같은 협동조합 역사와 원칙을 반추해보면, 현실의 위탁선거법 폐단과 개선점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 우리 농업관련 협동조합(농협)의 지배구조 현실을 부정할 순 없지 않는가. 


물론이다. 우리의 농협은 독특한 모형이다. 정관을 보면 100여개가 넘는 조항중에 선거관련 조항이 60% 가까이 된다. 그 정도로 지배구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제 강점기 금융조합에서 태동한 농업협동조합은 일본의 협동조합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다.

다른 점이라면, 총독부의 관리·감독을 위해 여기에 ‘관선 이사’ 를 심은 것이다. 그 직책이 조합장이고, 조합장의 임무규정에 ‘조합을 통할한다’는 광범위한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시작한 조합장이란 직함은 무한 권력을 지향하며 농협의 지배구조로 굳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농협의 존립 목적과 방향타가 협동조합을 근간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조합원의 협동조직인 것이다.‘협동조합의 정수’를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원칙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인정하되, 나아갈 방향과 잘 접목돼야 한다.  

 

■ 준조합원과 조합원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가, 최근 농협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이다. 특히 선거때만 되면 조합마다 이해타산 셈법이 난무하고 있다.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고, 이에 대한 해법은.


국내 조합들은 거래의 80% 이상이 준조합원이다. 조합원은 18%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만 놓고 보면, 농협의 존재가 어느새 농민보다 비농민에 밀착됐다. 건조하게 원리를 따져보면,‘농민이 비농민의 수입을 빨아들이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해도 해명할 여지가 부족하다.


때문에 준조합원의 경계를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농협 조직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현실적으로 농협 신용·경제사업 매출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 준조합원을 배제하고 조직의 경영·관리에 나서는 것 또한 어려운 문제다. 일본은 정조합원과 준조합원으로 나눈다.

준조합원에게 조합에 투자 기회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권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공개적이고 투명한 세부논의를 통한 공감 여론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과정 없이는 근시일내 반드시 위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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