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장 74% 이상 60~70대… “ ‘스마트농’ 이해할 수 있을까?” 

현 위탁선거법,‘관록·연륜’이 효과적…여성 당선인은 1.19% 불과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모현농협 조합장 선거 투표 현장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모현농협 조합장 선거 투표 현장

 

 

‘53표중 37표를 얻은 조합장의 당선.’ 
학교 반장선거 규모의 간선제 선거인수만 보고 서울원예농협 조합장 당선자를 깔보면 안된다. 현실적으로, 신용·경제사업을 합쳐 연 사업규모가 1조3천695억원에 달하고, 자산규모 8천210억 상당의 대기업의 CEO가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거기다가 ‘농업 리더’ 라는 국가적 프리미엄 의전을 얹은 지자체 권력을 선출했다는 뜻도 된다. 


이렇듯 소규모‘표밭’에서‘대물’을 낚을 수 있는 농협 조합장이란 직함은 출세의‘급행열차’로 통한다. 텃밭의 인맥 기반만 갖추면, 외세인‘굴러온 돌’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면서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효율성이 매우 높은 성공가도이다. 농촌에서 농협조합원으로 속해 있는, 모든 농민들이 한번쯤 생각했을,‘현실적인 꿈’이다. 


조합장을 뽑는 규모적 메커니즘(구조와 원리)은 대부분 유사하다. 이번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전국 1천347개 단위조합(1천346명 당선)의 조합장을 선출하는데, 투표 참여인원이 161만2천600여명이 참여했다. 단순 평균으로 나누면 1천200여명 단위에 한명 꼴로 조합장을 뽑았다는 계산이다.

평균 1천200명이 참여한 선거 규모에 비해, 단위조합당 평균 3천억 이상의 자산규모와 신용사업으로 확보한 유동자산 크기, 조직의 인사권, 지자체내 존재감, 7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상호금융자산 등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조합장의 권한을, ‘그들만의 리그’ 로 바라봐선 안될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현 조합장이 절대 이권을 통해 장기간 연임도 충분히 가능한 선거제도의 폐해 등이 거의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고, 조합원인 농민들도 이미 농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총체적 농협개혁 시점이란 지적이다. 

 

10곳중 6곳, 현조합장 ‘또 당선’ … 여실히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3·8 조합장선거 결과, 수협을 제외한 1천257곳의 농협·산림조합 중 현직 조합장이 다시 당선된 곳은 784곳에 달한다. 62.37%, 즉 10곳 중 6곳 이상의 단위조합에서 현 조합장이 당선된 것이다. 세분해서 살펴보면, 산림조합을 뺀 지역농·축협 총 1천114개 중 693조합, 62.20%가 현 조합장 당선이다. 인삼조합 11곳 중 5곳(45.45%), 원예조합 등 품목농협 37개 중 29개(78.38%), 지역축협 139곳에선 95곳(68.35%)이 현 조합장, 서울우유를 비롯한 품목축협 23개 중 19개 조합(82.61%)이 현직 조합장 프리미엄이 발휘됐다. 


경기 강화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한 조합원은 “우리 조합은 다른 조합보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나 공약 등이 어느정도 공개된 환경에서 선거가 진행됐지만, 홍보전에서는 상당히 비교됐다” 면서 “적법성은 잘 모르겠지만, 현 조합장이 독보적으로 선거전 활동을 했다” 고 말했다.

 

“ ‘과열’ 예방책이 ‘깜깜이’ 뿐인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후보등록을 통한 이름 알리기, 일명‘예열’작업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수도권내 한 조합장 후보는 “상식적으로 생각드는, 동등하고 균일한 정보 공개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에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공개·합동토론회가 실종된 것도‘기울어진 운동장’에 일조하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정 당시, 모든 안건을 정리하는 초점은‘선거과열’을 잡는데 맞춰져 있었다. 선거운동에서 가장 기초적인 활동, 즉 정견 발표와 토론회 등에 대해서도‘혼탁선거’‘돈선거’‘뒷거래 등의 낱말로 덮어버렸다. 


선거 과열을 막는 예방책으로, 후보등록자 본인만‘1인’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과열과 부정을 차단한다는 명분은, 유권자에게 반드시 제공돼야 할 후보등록자 정보마저 막아버렸다. 공식 벽보, 전화, 문자, 농협 홈페이지 활동, 개방된 공간에서 명함 배포 이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는, 후보자나 유권자나‘암흑’이다. 

 

“조합원인 할아버지 (선거홍보)   문자 지워드리는게 일이에요”

농협 본점 건물 앞 활동 이외에 유일한 선거운동인 ‘문자 알리기’ 또한 별다른 홍보효과가 없다고, 후보자들은 지적했다. 농협 조합원이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반응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8일 선거날 경기 용인 모현농협 앞에서 유권자인 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20대 손주를 만났다.

이 손주는 “맨날 할아버지 핸드폰 문자 지우는게 일이었다. 문자를 받아도, 80대의 할아버지가 읽을 수도 없고, 핸드폰 사용이 힘겨울 정도로 빼곡하게 날아들어, 문자에 시달리셨다” 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로지 ‘돈선거 근절’ 에 포인트를 맞추고‘깜깜이 선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선거 과열을 차단하는데 위탁선거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내놓고 있다. 조합장선거의 특성상 선출방법과 투표방법이 다양하고 조합마다 피선거권 요건 등이 다름에도 ‘돈선거 무관용 원칙’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그러나 위탁선거법에 기인한 ‘조합원의 알권리 차단’ ‘현직 프리미엄’ 등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단위농협 관계자는 “농협 조합원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감안하면, 관행적으로 도덕·윤리 문제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면서 “위탁선거법이 앞으로도 ‘단속’ 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면, 정책적 선거 문화는 사라지고 더욱 음습한 비밀거래만 성행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위탁선거법이 자초한 ‘스마트농 시대’ 의 ‘고령·남자’ 조합장
   
현 위탁선거법에 의거, 조합장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인맥’이다. 조합 현안 타개와 정책안에 대한 의견은,‘유명한’인물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란 지적이다. 2015년, 2019년, 2023년까지 3회를 이어오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62%이상에 달하는 현직 조합장 재당선 확률은, 관록과 유명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조합장 나이와 성별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선관위의 당선인 통계에 따르면 조합장 당선인수 1천346명중 남성이 1천330명, 여성은 16명이다. 여성의 비중이 1.19%에 불과하다. 연령별로 분류하면, 40대 18, 50대 326, 60대 885, 70대이상 117 등으로, 60~70대가 1천2명에 달한다. 전체 조합장의 74.44%를 차지한다.

50세미만인 조합장 당선인은 18명으로, 1.34%에 그친다. 정보가 차단되고 ‘관록’ 을 앞세우고 인맥을 따지는 선거판 흐름이 지속되면서 ‘고령 남자’ 일색으로 농업협동조합의 풍향계가 고정된 모습이다. 이러한 고정된 풍향계는, 청년농·스마트팜 지향적인 핵심 국정과제와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특히 농업정책의 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농협, 그룹을 리드하는 조합장의 연령이 60대 이상으로 채워진다면, ‘빅테크’(대형정보기술) 개념의 농업의 변화를 따라 갈 수 있겠느냐” 고 지적하며, “농업의 변화는 농협의 개혁이 출발점일 것이고, 농협개혁의 진앙지는 조합장을 올바로 뽑는 선거제 개편이 돼야 한다” 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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