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흥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가락시장지회 사무총장

 

일본 농산물도매시장 두 번째 방문지는 오타시장이다. 오타시장은 명실공이 일본 최대 도매시장으로, 지난 1989년 5월에 개장했다. 동경도에서 관리하는 청과부류 9개 도매시장 중 오타시장을 제외한 타 시장의 매출이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다. 


오타시장 동경청과의 경우 개장 이후 연매출이 1,000억엔에서 2,000억엔(2022년 기준 2,117억엔)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더불어 오타시장 내 간다(神田)청과를 자회사(2022년 1월)로 편입해 규모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경청과는 도매시장 물류 허브화 계획에 따른 물량증가에 대비해 경매장 복층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경매장(거래장소) 면적을 확보했다. 또한 동경도의 협력과 지원으로 기존 화물처리장과 주차장 면적에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경도 시장관리과 관계자는 동경청과와 중도매인 등 유통인의 의견을 수렴해 물류센터 등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외관(뼈대)은 개설자가 건설하고 내부시설(물류시설 및 저온창고 등)은 유통인이 설치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경청과 방문을 통해 개설자와 유통인이 긴밀하게 협력해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오타시장의 성장은 개설자와 유통인(도매법인, 중도매인 등) 각각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가락시장도 시설현대화 사업이 한창이다. 일본 농산물 도매시장 방문을 통해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살펴봤다. 


첫째, 시설현대화 사업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단지 오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현대식으로 건물을 새로 짓는다는 단순한 인식은 안된다. 현대화된 시설에서 유통환경변화에 따라 어떤 영업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개설자뿐만 아니라 도매법인, 중도매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롭게 지어진 면적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등 원초적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가락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둘째, 물류시설(거래장소) 확충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시설 및 공간을 배치해야 한다. 경매장을 단순히 경매를 진행하는 공간이 아닌 거래장소 및 상품 보관(체류)장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향후 정가·수의매매 증가 등을 대비한다면 물류시설(거래장소)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한정된 면적에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직물류시설 설치에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건물을 완공한 후에는 문제점이 드러나도 되돌릴 수 없다. 


셋째 유통인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이 된 현대화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제한된 일정과 예산을 핑계로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완공 직후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유통인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일본 농산물도매시장 두 곳을 방문하며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이 마무리 된 후 출하자, 소비자, 유통인, 개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락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와 고민이 지속돼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유통인들의 불편함이 없는 시설현대화만이 가락시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확고한 의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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