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소값 하락에 새해에도 한우농가‘한숨’

한우농가들이 전광판을 통해 송아지 낙찰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이 전광판을 통해 송아지 낙찰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소값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사룟값이 오를 때는 왕창 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고 어휴...”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의 양평축협 가축시장. 새해 첫 송아지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한우농가들은 오전 11시에 열리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천막 안 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며 한우 시황에 대한 근심 어린 이야기를 나눴다. 새해 첫 송아지 경매를 앞두고 희망찬 이야기가 오고 갈 거라 생각했지만 여기저기서 한우농가들의 소값 하락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한 한우농가는 “작년 10월쯤부터 소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더 떨어지기 전에 소를 팔러왔다 ”며 “새해 첫 장인 오늘 장이라도 좋은 가격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우 가격 동향 파악을 위해 가평에서 왔다고 밝힌 또 다른 한우농가는“소값이 계속 하락하다 보니 소를 키워도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입식하려는 사람이 줄어, 최근 유찰되는 소가 늘고 있다”며“오늘 장에서도 유찰되는 소가 많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한우 도매가격은 10월 1kg당 1만9,546원에서 11월 1만7,665원, 12월 1만6,457원으로 떨어졌다. 한우 1마리당 생산비는 1,100만 원인 데 반해 한우 도매가격은 평균 700만 원 정도에 불과해 한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전 9시 반. 계류대에 송아지가 꽤 들어서자 수의사를 비롯한 축협 직원들은 본격적인 경매 준비를 시작했다. 수의사는 송아지에 진정제와 구충제 등을 투여하고 스프레이를 송아지 머리 위에 뿌려 투여 완료했음을 알렸고 축협 직원들은 각각의 계류대 마다 송아지 정보가 담긴 푯말을 설치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축협 가축시장에서 열린 송아지 경매에서 한우농가들이 출하된 송아지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축협 가축시장에서 열린 송아지 경매에서 한우농가들이 출하된 송아지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양평축협은 올해 첫 개장을 맞아 고사상을 준비했다. 박광진 양평축협 조합장과 이사들, 그리고 양평지역 국회의원과 축산 관계자들은 고사를 지내며 한우 산업의 안녕을 기원했다. 또 가축시장을 찾은 농가들을 위해 떡과 육개장을 대접하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농가들을 응원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11시. 송아지를 구매하러 온 유통업자와 한우농가들에게 축협 직원들이 PDA(응찰기)를 나눠준 후 전자경매 방식으로 송아지 경매가 시작됐다. 구매자들은 이리저리 살피며 구매를 원하는 송아지와 해당 송아지에 대한 응찰 가격을 PDA에 표기했다. 전자경매시스템 도입으로 경매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폭 줄었다. 11시에 시작된 송아지 경매는 12시에 종료됐다.


이날 경매에는 암송아지 64마리와 수송아지 108마리, 번식우 11마리 총 183마리가 나왔으며 1차 경매에서는 14마리가 유찰됐다. 
“내 소가 유찰된 건 아니지?”


자신의 송아지가 유찰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농가들과 낙찰한 송아지의 계산서를 받으려는 구매자들로 사무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1차 경매가 끝난 뒤, 2차례 유찰경매가 진행됐으며 최종적으로 4마리가 유찰되며 경매는 12시 40분에 끝이 났다.


암송아지 평균 낙찰가격은 181만 원, 수송아지는 226만 원, 번식우는 353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낙찰가격인 암송아지 258만 원, 수송아지 379만 원보다 각각 29%, 40% 하락한 가격이다. 또 직전 장에서 평균낙찰가격이 암송아지 192만 원, 수송아지 266만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같은 거래가격은 농가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가축시장 관계자는 “소값 하락 분위기 탓에 200마리를 훌쩍 넘던 출장 마릿수가 최근 100마리 대로 감소했고 이미 예약됐던 소까지 출하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장은 유찰 마릿수가 다행히 적었지만 소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나서는 평균 40마리 정도가 1차로 유찰됐다. 소를 사려는 상인들의 발길도 줄었고 소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상인들이 선뜻 소를 구매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시 40분이 지나 경매가 종료되자 제값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축주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소값은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데 소비자가격은 그대로라 일반 사람들은 한우 가격 하락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가 수취가격이 바로 소비시장까지 연동되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농가도 있었다.


농가의 말대로 한우 도매가격은 급락했지만, 마트에 진열된 한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3일 기준 한우 등심(1등급) 도매가격은 1kg당 5만8,363원으로 1년 전(7만4,626원)에 비해 21% 내려갔으나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1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최종효 전국한우협회 이사는 최근 진행된 한우협회 이사회에서“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선제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해 한우 가격하락 상황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한우 소비촉진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소값이 계속 하락하며 농가의 경영 부담이 커지자 정부에 송아지생산안정제 개선을 촉구했다. 또 수급 안정을 위한 한우 암소 시장격리, 군급식 확대, 소비자유통개선 지도·점검, 농가 생산비 안정을 위한 사룟값 차액보전, 범정부차원의 소비촉진 대책 등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에서 한우 사육 마릿수 증가로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는 10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한우 도매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공급 측면에서는 저능력 암소 도태 등 사전적 수급 조절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며, 소비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재고 소진을 위해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고, 소비 채널 다양화로 한우고기 소비 이탈을 방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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