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재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광주광역시 광산 남부지구회장

 

최근 꿀벌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사태가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봉산업의 약 65.5%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아직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하루속히 ‘재해’로 지정하고 양봉농가를 도울 대책을 마련하길 바라며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꿀벌은 생태계 보전과 증식, 식량산업의 기초되는 매개체다. 특히 꿀벌의 공익적 가치가 약 7조 원에 달하며, 생태계 보전과 증식에 약 70조 원의 유익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통계를 보면, 우리가 즐겨먹는 고추·딸기·참외·수박·멜론·토마토 등 시설하우스 과채류의 화분매개 의존도는 70% 이상이라고 한다. 즉 꿀벌이 없으면 화분매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되면 농산물의 생산량이 30% 이하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지금도 꿀벌을 화분매개로 하는 일부 농가는 꿀벌이 없어서 생산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생산비가 올라가게 되고,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니 결국엔 농산물 소비자 물가가 올라가는 연쇄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당장에, 양봉농가들은 꿀벌의‘군집붕괴’로 인해서 생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생계가 막막해진 농가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꿀벌의 실종과 폐사가 이상기후, 병해충, 농약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예방대책을 내놨고 양봉현장에서도 적극 실천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백약이 무효’ 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양봉농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 제도적으로 꿀벌을 보호하고, 피해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마련을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지만 아직 속 시원한 피해 원인 구명도, 피해복구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봉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동안 원인 모를 꿀벌 실종과 폐사로 인해 벌꿀을 평년작 대비 10~35% 밖에 수확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겨우 평년작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농가별로 들여다보면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폐농하거나‘봉군’(벌통) 입식을 통해 복구하려 해도 수급이 쉽지 않고, 비싸진 봉군 가격 때문에 자금이 충분치 않은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 양봉농가들은 ▲피해농가 보상금 지급 ▲종봉구입비 등 경영자금 지원 확대 ▲양봉직불금 신설 ▲자조금 지원 확대 ▲병해충 방역비 지원 대폭 확대 ▲기후변화 대응대책 마련 ▲농약살포에 따른 폐사피해 예방대책 ▲생태교란종에 의한 피해보상 및 효율적 퇴치법 개발·보급 등 피해복구 대책과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벌써 범정부 차원의 연구연합체가 구성돼 꿀벌 보호활동과 지원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 양봉농가에게 시급하고 절실한 봉군 입식작업에 필요한 자금지원과 ‘재해’ 지정을 통한 보상금이 지원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꿀벌은 단순히 양봉농가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곤충이 아니다. 화분매개라는 중요한 생태계의 보존과 증식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능을 가진 생물이다. 이러한 양봉산업을 지속시키고 유지하려면 꿀벌 실종과 폐사 원인규명과 신속한 지원대책을 통해 양봉농가의 경영안정을 최우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양봉농가의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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