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에 행복 가져다주는 ‘행복바우처’ 내실화·확대해야”

 

 여성농업인들은 농업인의 역할을 수행하며, 엄마·며느리·부인 등 가족 구성원의 역할뿐 아니라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마을에서 지역공동체 유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농업인들은 농촌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농촌 기반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권익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정책 수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여성농업인에게 위안돼주고 자긍심을 높여주는‘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사업’도 위기에 빠졌다. 충청남도가 올해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사업을 폐지키로 결정한 것. 충청남도 여성농업인들은 충격에 빠졌고, 타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농업인들도 내 지역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공분을 사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은 행복바우처 지원 사업이 단순히 ‘지원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여성농업인들에게 행복바우처 사업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충남서 폐지 결정에 위기에 빠진 행복바우처…여성농들 공분


여성농 역할 강화에 맞는 지위·권익·정책 수혜 뒤따라야

 

 

온전히 여성농 위한 카드 “지원금 그 이상의 의미 지닌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카드 한 장, 여기에 담긴 20여만원의 지원금. 이 카드로 여성농업인들은 등지고 살았던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영화관을 가서 영화를 즐기고, 흐트러진 머리도 다듬고, 가족들과 함께 먹을 고기도 산다.

“이건 엄마가 쏘는 거야” 라며 아들딸에게 고기를 내어주며 뿌듯함을 느낀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행복바우처 카드를 사용하고 싶지만, 한평생 나를 위해 돈을 써 본 적이 없어 나보단 가족들을 위한 소비가 더 많다. 그래도 행복바우처를 한해 두해 지원받으며 나를 위한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


행복바우처는 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지역 여성농업인의 복지증진과 문화생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농업인에게 주는 지원제도다. 충북도에서 2012년 첫 시행된 이후 전국 9개도에서 모두 시행되며 여성농업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응 속에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농업인의 의견이 반영돼 지원금액과 지원대상이 확대되고 있고 발급과 사용의 불편함을 개선하며 점차 발전하고 있다.


행복바우처는 실제 영농에 종사하는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지자체에 따라 지원 대상과 지원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1년에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월로 나누면 1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서점, 공연, 영화관, 미용실 등 쓸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온전히 여성농업인,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라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위안이자 자긍심 높여주는 정책”

여성농업인은 과중한 농업노동과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낮은 법적·사회적 지위와 농가당 이루어지는 농업정책으로 정책수혜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요즘에서야 행복바우처 지원금도 상향되고,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도 진행되는 등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


특히 행복바우처는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의 문화·복지의 환경에서 묵묵히 농촌을 지키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는 정책이자 자긍심을 높여주는 정책으로 손꼽힌다. 여성농업인들은 행복바우처를 통해 이제야 여성농업인으로서 대우를 받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충청남도 논산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권태옥 씨는 행복바우처 사업이 처음 시행됐을 때 주변 여성농업들의 반응이 “우리한테 지원금을 준다고? 에이 설마”였다고 전한다. 그만큼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대다수의 여성농업인들은 내 이름으로 된 통장·카드를 만들어 본적이 없다. 농사지은 수익은 모두 남편이름의 통장으로 들어와 땀의 결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마을에서도‘ㅇㅇ댁’으로 불리며 내 이름조차 없이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이름으로 된 카드를 만들어주고, 거기에 여성농업인이라며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여성농업인들에게는 정말 획기적이었다고 권 씨는 설명했다.


권 씨는 “행복바우처는 말 그대로 행복” 이라며 “농사하며 고생했으니 이제 극장도 좀 가고 책도 사서 읽고 문화생활도 즐기라고 나라가 토닥토닥 등 두드려 주는 것 같았다” 고 말했다.

 

 

 


 “지원 내실화·확대하는데 역량 집중해야”

그런데 충청남도는 올해 행복바우처 사업을 폐지했다. 행복바우처를‘현금성 복지’로 치부하며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권 씨는“행복바우처는 자신들의 노고를 인정받기 위해 여성농업인들이 오랜 시간 힘을 모아 쟁취해낸 정책”이라며“국가정책이 아니라 지자체의 자체사업이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모두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농업인들이 원하고 꼭 필요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 씨는“행복바우처는 현금성 복지 예산이 아니라 여성농업인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정책이며 충남도의 많은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거의 유일무의한 여성농업인 정책”이라면서“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고, 농업·농촌의 주역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책 수혜 대상자와 아무런 논의 없이 순항하던 행복바우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시대에 역행한 처다”라고 꼬집었다.


충청남도에서 행복바우처를 폐지한 것은 단순히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 씨도 충남이 안 좋은 선례로 남을까 걱정이 앞선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성농업인도 “행복바우처 폐지가 충남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될까 두렵다”며“여성농업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성농업인들이 함께 뭉쳐야 한다” 고 전했다. 


행복바우처는 문화적으로 소외돼왔던 여성농업인들에게 자긍심과 위로를 주는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업이다. 행복바우처에 대해 연령도 더 높이고 금액도 더 올려주라고 하는 것이 모든 여성농업인들의 요구사항이다.


권 씨는 “농업·농촌 곳곳에서 일하고, 기반을 다지는 것이 여성농업인이다. 여성농업인이 없으면 농업·농촌도 유지될 수 없다” 며 “행복바우처를 폐지하는 것이 아닌, 지원을 내실화하고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폐지 저지 충남대책위 관계자는 “기후위기, 식량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농업의 주요인력인 여성농업인들을 정책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충남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을 하고 있다” 면서 “충남도는 행복바우처 사업을 다시 도입하고, 모든 지자체가 현재의 연령을 더 높이고, 금액도 인상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농업인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어 농촌이 행복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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