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를 잇겠다는 2세가 있는 농장이 전체 축산농가의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룟값 폭등, 가축 질병, 각종 규제 등으로 축산업을 포기하겠다는 농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렇게 축산업을 이어나가기 힘든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있는 4명의 청년 후계 축산인들이 있다. 본지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축산업을 이끌어갈 청년 후계 축산인들이 꿈꾸는 축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한우·한돈·낙농·양계 등 축종별 청년 후계 축산인들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낙농 / 전북 정읍시 영심목장 김지엽     

 홀스타인 품평회 ‘그랜드 챔피언’ 목표

 

 

“우량 젖소 개량에 힘써 홀스타인 품평회에서 그랜드 챔피언을 차지하고 싶습니다”
전북 정읍시에서 아버지를 도와 낙농업을 하고 있는 영심목장 2세 김지엽(29) 씨는 축산학과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거나 낙농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유년 시절 부모님께서 젖소를 키우며 사시는 게 힘들어 보였기에, 가업 승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엽 씨는 대학을 컴퓨터학과로 진학하며 축산과 관계없는 일반 기업에 취업해 일하기를 원했다. 그러다‘이 길이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일까?’ 고민에 빠졌고 부모님 덕에 익숙했던 낙농업을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축산학과로 편입해 낙농업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부모님 목장 일도 함께 도우며 본격적으로 낙농업에 뛰어들었다.


지엽 씨는 현재 아버지의 배움 아래 목장의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젖소 건강관리, 자료 수집·데이터화, 인공수정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엽 씨가 목장에 들어오면서 사육 규모부터 시설 현대화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우선 축사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소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했고 ICT(정보통신기술)를 도입해 착유량, 급여상황, 발정진행 정도 등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청년창업농정책 자금을 활용해 납유권(쿼터), 퇴비처리용 땅 등을 구입했다. 이에 따라 착유 마릿수가 20마리 증가해 총 사육 마릿수는 230마리가 됐으며, 쿼터는 900kg 증가해 총 4,145㎏이 됐다.


평소 낙농 생산성 우수농가로 정평이 난 아버지 김정택 씨의 노하우와 아들 지엽 씨가 대학에서 배워온 기술이 만나니 영심목장의 생산성은 더욱 증가했다. 그 결과 2022년 농협경제지주 유우군능력검정사업에서 전국 2위를 차지했고 한국종축개량협회 최우수 우군관리목장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생산성도 우수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지엽 씨지만 낙농업의 경우 환경규제에 따른 퇴비처리의 어려움, 과도한 생산비 증가, 우유 소비 감소, 정부의 쿼터 감축 정책 등으로 후계농이어도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엽 씨는“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낙농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엽 씨는 자신만의 목장을 운영하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또 자신만의 목장을 운영하며 아버지 김정택 씨처럼 매년 유우군능력검정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하는 목표도 있다. 특히“해외 소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소를 개량해 홀스타인 품평회에서 그랜드 챔피언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낙농가들에게 한마디 부탁하자 지엽 씨는 “코로나19, 생산비 상승, 낙농제도 개편 등으로 2022년에는 힘든 일이 많았다. 2023년에는 낙농인 모두 행복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며 “낙농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신 1세대 낙농인들께 항상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고 말했다.

 

 

양계 / 경남 산청군 산골농장 이민희     

가업 계승에 자부심…나의 아이들도 가업 잇길

 

 

“사룟값 폭등과 여러 방역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축산만큼 지속 가능한 직업을 찾기 힘듭니다. 제 아이들도 저와 제 아버지처럼 닭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이민희(46) 씨는 현재 산란계 40만 수를 포함해 총 55만 수의 규모를 자랑하는 경남 산청의 산골농장에서 대표로 일하며 환경 친화 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서 축산학이 아닌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였기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 이상호 씨에 이어 농장 경영을 맡기까지 큰 노력이 뒤따랐다.

유년 시절 한 번도 아버지의 농장에 방문한 적이 없을 정도로 축산과 담을 쌓았던 그는 성인이 돼서야 농장 일을 거들면서 자연스레 닭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군대를 전역한 후 미래에 대한 고민 중 축산처럼 땀 흘린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직종은 없다고 생각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도와 양계업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생물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출·퇴근이 따로 없고 365일 일해야 해 처음에는 농장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또 축산에 관해 공부한 적이 없었기에 모르는 부분이 많아 답답함이 컸다”며 민희 씨는 과거를 회상했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민희 씨는 더 노력했다. 축산 관련 지식이 부족했기에 대학원에 진학해 축산학 관련 석·박사학위를 따며 지식을 습득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연수를 다니며 2세 축산인들과 교류해 축산 정보를 쌓았다. 아버지 상호 씨도 그런 민희 씨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민희 씨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민희 씨는 농장만의 매뉴얼을 만들어 농장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들쑥날쑥했던 산란율 편차를 줄였다. 또한 친환경 축산과 동물복지 쪽으로 일찍 눈을 돌려 2009년에는 양계 농가 최초로‘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도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받고 있으며 품질면에서도 2022년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 계란부문 우수상을 받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민희 씨는 아버지 상호 씨가 평생을 바쳐 성장시킨 산골농장을 잘 유지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계란을 생산하는 농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상호 씨가 민희 씨에게 훌륭한 농장을 물려준 것처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농장을 물려주고 싶다고. 


“지금 당장 눈앞에는 사룟값 폭등,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그래도 축산업은 지속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는 1차산업이다. 먼 미래를 보고 목표를 세워나가며 꿋꿋이 일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고 민희 씨는 말하면서 “저도 동물복지에 관해 계속 공부하며 산골농장이 우리나라 최고의 채란계 생산지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2세대 축산인분들도 부모님께서 열심히 성장시켜 물려주신 농장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후대에도 훌륭한 농장을 물려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고 청년 후계 축산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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