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자연순환농업협회장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신규사업과 개보수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부담으로 진행하는 시설 유지보수비 부담은 더 무겁게 짓누른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도 그렇다. 2024년으로 예정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신고의무 조치에 따라 시설개선비와 운용비, 인력충원 인건비 등 추가비용부담이 만만찮다. 암모니아 배출허용기준 20ppm 준수 등 환경규제 강화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경영 부담은 늘고 수익구조는 나빠졌다. 가축분뇨 자원화 조직체 수입구조는 발효액비시설의 경우 분뇨수거비와 액비살포비로 구성되는데, 정부 액비살포 예산이 급감하면서 그만큼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액비살포비는 2021년 184억 원(국비 92억, 지방비 92억)에서 지난해 92억 원으로 반 토막이 됐다. 올해는 다시 동강 나 4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연평균 200억 원 가까이 되던 예산이 이태 만에 네 동강이 날 판이다.
사료비 증가로 축산농가가 부담하는 분뇨수거비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액비살포비 수입이 자원화 조직체 정상경영의 마지노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배출시설의 정화처리 확대로 원료수급 불안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 전국 거의 모든 자원화 조직체가 예산삭감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액비살포비가 수입의 과반을 차지하는 액비유통센터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하다. 운반 차량과 살포 장비, 운용비와 인건비, 시비처방서 발급, 애그릭스(Agrix) 입력 비용과 행정업무 부담은 늘고 수입이 대폭 줄어드니 당장 폐업선언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애초 협회가 2022년 액비살포비 삭감에 관한 대책을 문의했을 때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반기 불용분을 전수조사하고 후반기에 불용예산을 분배해 사업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퇴비유통 전문조직 지원사업도 개선해야 한다. 이 사업은 2020년 3월 시행한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비해 2019년부터 추진했는데 퇴비제조, 운반, 살포 등 단계별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한 탓에 사달이 나고 말았다. 현재 정상 운영하는 퇴비유통 전문조직은 재정 여력이 있는 농축협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장비 지원, 퇴비살포비 인상, 퇴비제조와 수거 시스템에 관한 지침 개정 등이 필요하다.


가축분뇨 자원화 산업이 고사할 상황인데 정부 정책 어디에도 대책이 없다. 고체연료, 바이오차(숯), 정화방류 등 가축분뇨 자원화의 다변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법제 기반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경제성 확보 방안이 없어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한 모금의 물이 아쉬운 가축분뇨 자원화 현장은‘10년 후 상수도 건설 약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지금 당장 물 한 동이’가 절실하다. 오늘 이 생명수 한 동이로 살아나야만 10년 후 상수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긴박하다. 사실상 일몰이 돼버린 액비살포비 대체 지원사업 수립과 시행, 퇴비유통 전문조직에 대한 현실적 지원책, 자원화 조직체의 큰 부담 중 하나인 전기료와 유류대 대책,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운영경비 지원책 등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자원화 조직체는 괴멸하고 만다.


자연순환농업협회는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갈 방도를 찾아 나섰다. 자구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와의 협력은 물론 정부 정책수립과 추진에 힘을 보탤 것이다. 민관이 뭉쳐야 당면과제를 풀 수 있다. 가축분뇨 자원화 산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맞춤형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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