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사라진 ‘절실 예산’…전기세인상분·농신보·과일간식지원”

 

 

 

 내년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쌀값 폭락 사태가 반영된게 특징이다. 식량주권 확보가 편성 취지다. 쌀 40만톤 매입분 규모의 정부양곡매입비는 정부안에 담겨있었고, 여기에 논타작물생산조정제 격인 가루쌀 사업에 107억원(농진청 36억원 포함), 전략작물직불제사업 1천121억원, 벼 재배를 줄이는 대신 밀과 콩 자급률 높이기 위한 산업육성 예산 2천360억원 등이 눈에 띤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청년농 3만명 육성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 디지털 전환을 비롯한 스마트농업 등, 윤석열정부 농정 색깔 윤곽을 어느정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물가상승에 국제 에너지값 불안, 원자재값 폭등 등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포용하는데는 미온적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나름, 비료가격 인상분 할인,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 사료구매자금 저금리 제공 등 지원 예산을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농업계의 반응은 불만에 더 가깝다. 


특히 예산 증감 회의를 가졌던 국회 농해수위 의결 내용, 즉 당초 정부 예산안 17조2천785억원에서 2억원을 감액하고 1조7천167억원을 증액했던‘농업 현장 반영’명분과 당위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따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본지는 새해 농식품부 소관 예산에서 그간 지속사업이던게 중단됐거나, 농해수위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증액 의결됐으나 예결위를 거치면서 반영되지 않고 유야무야 사라진 상징적 농정 사업을 정리한다.

 

 무기질비료 내년 상반기만 지원
 농민들 불안심리에 ‘사재기’ 우려
 소득감소로 빚에 몰린 영농…
‘재활의지’ 농신보 또한 정부 출연금‘멈춤’

 

“농업용 전기세 부담 어쩌나” =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차액보전’ 사업은 정부 예산안엔 없던 것으로,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특회계 농어촌특별세사업계정 신규사업으로 항목에 추가해 안을 냈다. 애초 상임위는, 농어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농어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분 지원 예산으로 458억원 이상 산정했다. 이후 가파른 에너지값 상승에 따른 전기 원가 상승으로 총 511억5천500만원을 차액보전 지원금액으로 정하고 상임위 예산안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본회의 농식품부 소관 예산엔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0월부터 kWh당 2.5원을 전격 인상했다. 지난해 한해동안 농사용 전기값 인상폭은 전년대비 갑 88.1%, 을 48.9% 뛰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해수부, 한전, 기재부 등과 공동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현재까지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지원대책은 부재중이다.   


“고금리에 담보부족…농신보의 고갈” =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재산은 1조1천억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보증을 서준 규모는 18조원에 달한다. 적용운용배수 17배를 넘었고, 법적으로 운용배수 한도 20.5배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만큼 담보력이 부족하고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농업관련 사업자나 종사자, 특히 농민들이 몰리면서 자금수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농신보 기금출연 계획은 없었으나, 농해수위에서 1천500억원 출연금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운용배수가 높아지면서 당초 취지에 안맞게 보증공급 문턱이 높아졌고, 농민들 사이에서는‘그림의떡’이란 불만이 잦았다. 청년창업, 디지털농업, 스마트팜 등 현정부 국정과도 맥락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에 포함될 가능성을 점쳤으나, 빗나갔다. 이에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 한 보좌관은 “경기침체와 농업 생산단가가 치솟는 이때에, 자금융통이 어려운 농민들 입장에선 재활의지가 꺾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혜자 최고점수, 임산부농산물지원사업 왜 끊나” =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 시범사업’이 멈췄다. 정부는 2025년까지 농식품바우처사업으로 통합한다는 이유로, 임산부지원사업 예산을 뺐다.  지난해의 경우 157억8천만원의 예산을 갖고 8만명에 해당하는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했다. 그간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수혜자로부터 높은 호응과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수요기반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쏟아졌고, 농식품부 또한 지속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답했다.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올해 시범사업 대상인원을 8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리고, 이에 따른 사업 예산도 196억2천만원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상임위 예산안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방에 과일시장 붕괴 직전, 어린이과일간식까지 ‘싹뚝’ ” = 어린이 식습관도 챙기고, 국산 과일류 재배농가들의 수요기반을 안정적으로 넓히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작용했으나, 정부는 내년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본래 정부안에 담지 않았던‘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시범사업’예산에 대해 농해수위는 증액사업으로 분류했다. 그동안 지원대상이던 돌봄교실 학생 29만명에 더해 초등학교 6학년 전학생까지 총 45만명으로 늘려야 한다는게 중론이었다. 올해 투입예산 72억원에 135억원을 보태 222억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안을 예결위에 보냈다. 이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등돌봄과 임산부농산물지원 등을 통합할 예정인 농식품바우처 실증연구 사업은, 취약계층 농산물 지원 사업으로 요약된다. 당초 2만8천가구 89억원 편성안에서, 4만9천가구 148억원으로 59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초등돌봄사업과 임산부지원사업 증액 예산이 418억2천만원은 모두 삭제됐다. 이를 감안하면, 사업 통합의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분석이다. 사업들이 폐기된 것이다.


“내년 12개월분 비료값 지원한다더니, 절반뿐”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지원 사업 예산이 1천억원 편성됐다. 정부가 예산안을 들고 국회를 찾았을 때부터, 이는 논쟁 대상이었다. 정부의 예산안은 무지질비료 64만톤, 즉 국내 수요의 6개월분 가격만 도와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국제 원자재값 동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 계획을 상반기만 계산하고 하반기에는 추경을 통해 다시 논의하자는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국회 농해수위는 반대입장을 냈다. 비료에 대한 하반기 가격 예측이 안되고, 정부 지원도 불확실하게 되면 오히려 상반기 사재기에 나서는 가수요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아예 12개월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농해수위는 500억원을 더 증액해서 총 1천500억원 의견을 냈으나, 거절당했다.


“쌀 생산조정제, 옥수수·감자·들깨 제외”=정부의 예산안에는‘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란 명칭이 아예없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인다는 취지의 예산 배정이다. 농해수위에서 제안하고 의결했던 논타작물사업은 총 754억원의 증액을 담고 있다. 여기서 하계조사료재배사업은 ha당 430만원을 설정해서 전략작물직불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옥수수·감자·고구마·들깨·참깨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작목 9천ha 규모 정도 ha당 200만원씩, 80% 지원 등 총 144억원을 증액하자는 의견은 사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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