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제 여부, 농민조합원 주권 실현이 기준이다” 
현 회장 ‘임기연장 수순’ 지적…농협개혁 상징인 ‘권한 슬림화’ 역행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찬반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서도 최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는 반대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다. 또 다른 농민단체들은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유권자의 직접 평가가 가능한 책임경영에 다가서는 제도라고 법안 찬성편을 들고 있다. 편이 나뉜 모양새다.


농협중앙회측는 회장 연임제를 목표로 내걸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다. 농협 내부의 노조들은 현 회장의‘장기집권 획책’이라며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특히 현행 농협중앙회장 단임제를 명시하고 있는 농협법 내용을,‘현 회장’을 연임제에 포함 시킬 것이냐 여부가 갈등의 초점으로 부각된 상태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논의중인 관련법률안 5건 모두는‘조합원을 위한 책임경영 실현’을 명분으로 두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연임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일시적인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농협개혁의 미완성에서 오는 부작용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이렇게 농협법 개정 여론이 끓어오를 때 농협개혁 문제를 재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연임제 주장 자체가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제도적으로 슬림화하는 등 농협개혁이 성숙단계이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 농협법 개정 본질은, ‘현 회장 집권연장’ =지난 9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는 연임제 도입을 담은 4건의 농협법개정안이 상정, 표결에 부쳐 가결됐고 상임위 전체회의에 넘겨졌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연임제의 장단점, 조합장·농민단체·농업계 전반의 여론 등에 대해 농식품부의 현황 보고가 있었고, 연임제 적용에 따른 조합장선거 파장 등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현 이성희 회장을 연임제 적용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언급이 없었다. 본질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법안소위 내 자체 비판이 이어졌다. 신정훈 의원은“이 법은 ‘현직 임기 연장법’ 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고 지적한 뒤 “현직에게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냐 아니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 고 소위 표결을 반대했다.  


4건의 농협법 개정안은 상임위 1개 법안으로 정리돼서 법사위에 보내지게 된다. 농해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법 개정안(대안)은 농협 중앙회장의 연임을 한차례 허용하고, 회원조합지원자금 지원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책과, 회장 선거의 공정성을 보다 더 담보할 수 있도록 법률을 보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명시는 안됐지만, ‘연임 허용에 관한 적용례’조항을 신설해 ‘법 시행 당시 재임 중인 회장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내용을 삽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안소위에서 다툼도 있었다. 법안에 대한 표결결과에 반발하는‘문서 폭로’가 있었다. 윤준병 의원(더민)은 “이성희 농협회장은 농협법‘셀프 연임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국회 전문위원, 농식품부 등에 조직의 인력 및 비용을 들여 로비를 하고 있다는 공문을 입수했다” 고 폭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법개정안을 의결할 수 없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다른 법안소위 위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은 “농협중앙회 기획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하고 있다” 고 공문 내용을 읽고, 회의장을 나갔다.


농식품부는 공개적으로는 중립적 입장이라지만, 연임제를 지지하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속내는, 회장 연임제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역별 순회 설명회 과정에서 발제자 선정에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농업계 반대의견을 막기 위해 공개 토론행사를 축소시키고 밀실화’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농협중앙회의 편파적인 지역조합장 설문조사에 대해서 관리감독 차원의 지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연임제를 지지하는 증거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 “농협개혁에 연임제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연임제를 하자는 쪽은 자율성과 민주성을 주장한다. 회장의 임기를 정부가 법으로 옥죄고 있는 자체가 협동조합 주체성까지 반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4년 단임으로는 업무 연속성과 중장기계획 수립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보태고 있다.

연임제를 통해 현직 회장의 업무평가를 통한 정치적 책임 여부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힌다. 연임제에 따른 단점, 즉 권한남용, 비리, 무이자자금 배분의 불투명성 등은 보완대책을 통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전문가 등 반대론자들은 최종 목적이‘현 회장 임기연장’을 위한게 아니라면,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임기연장을 위해서라면‘농협법 개악’인 것이고, 농협개혁의 관점에서 보면 회장 임기 뿐 아니라 총체적 농협개혁을 위한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환경에서의 회장 연임제를 보는 시각은, ▲농협중앙회장을 기득권 구조에 더욱 포획되게 만들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등 농협개혁, 농협민주화를 후퇴시키는 내용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이보다 먼저 농협의 지주회사 체제를 연합회 체제로 전환해 회원조합 중심의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농협중앙회는 비사업조직으로 바꾸는 농협개혁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이지웅 사무국장은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한 중앙회 중심의 사업구조와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임직원 주도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면서 “농협개혁 방안이란 이유로, 연임제를 우선 순위로 먼저 도입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이라고 언급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문제에서 다뤄야 할 과제는 ‘조합원 직선제’ 라는 여론도 높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농협중앙회장은 추대형식의 단임·무급봉사제로 선출해야 하는 것이 제일 마땅하다”면서“현재 상황에서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 한 표만 더 행사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꿔서 전체 농민조합원이 직접 뽑을 수 있게 하는, 농협 민주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태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평가분석과 후속대책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경제사업 영역에선 경제지주의 자본금 배정, 투자실적 비교, 경제지주의 경쟁력 강화 수준, 산지 회원조합과의 상향식 연합사업의 발전 수준, 농민조합원의 실질적인 농협사업 참여수준 등이 점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업 분야에서는 금융지주 및 자회사 경영안정성 수준, 사업확장의 수준, 금융사업을 통한 농식품 산업에 대한 기여 수준,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행수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진/단  

 

“농민에게 돌려준다던 ‘단임제’ , 벗어날 명분이 약하다”

 

 

박성재  GS&J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전 순천대 교수)

 

2009년 농협중앙회장직이‘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뀔 당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9년 1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 드리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 (농협의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나부터 단임제에 나서는 등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하겠다” 고 선언한 바 있다.


법 개정 후 그런 ‘농민에게 돌려 드린다’ 는 단임제 적용이 1회 있었다. 다시말해 현재의 중앙회장 연임제를 담은 법 개정은 ‘뜬금없다’ 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하다.


농협개혁을 추진하면서 지배구조 개혁 방안은‘권한 슬림화’에 맞춰져왔다. 상징성있게 던져졌던 권력 분산 조치가 단임제였던 점을 되돌아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단임제에 대한 실측된 근거도 없이 연임제로의 회귀는 명분이 미약하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재도입하는 이유로, 협동조합의 ‘자율성’ 과 ‘민주성’ 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회원 스스로 판단과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특히 농협의 태동 근간을 살펴보면 자율성보다 ‘공공성’ 을 우선하는 조직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농·축협 통폐합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 또한 우리나라에선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임에도 공공성이 강하다고 정리한 바 있다. 때문에 정부의 농축협 통폐합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냈다.

농협중앙회는 각종 정부의 정책자금과 보조금을 다룬다. 해마다 입법부의 피감기관으로 국정감사를 받는다.

조직의 상당 분야가 자율성과 상반되는 환경에서 작동한다. 자율성 주장을 무마하는게 아니라 ‘특수환경’ 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자율성을 고려해 연임제를 도입하자는 이유 또한 명분이 약하다.

 
농업 개발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태어난 농협이 조합원의 자율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농협개혁’ 이 수반돼야 한다. 개혁 항목마다 객관적 협동조합 토론을 통한 농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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