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매시장 갈수록 위축…도매기능 사라질 판 

 

대형마트 등 경쟁에서 밀려 거래물량 매년 줄어 
도매시장 순기능 수집·분산능력 떨어져…악화일로 

 

 농산물유통의 급속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방농산물도매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도매시장을 위협하는 신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도매시장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반입량 부족에 따른 거래금액 감소, 수집·분산 능력 저하, 소매 집중 등 도매시장의 순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발표한 농수산물도매시장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지방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은 총 247만2871톤으로, 지난 2020년 252만3749톤과 비교해 거래물량은 2%, 거래금액은 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지표상으로 거래물량과 거래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도매시장의 도매법인과 개설자간 마찰로 도매시장이 위축되고 활기를 잃어가는 것도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 대전광역시농산물도매시장 전경
▲ 대전광역시농산물도매시장 전경

 


지방도매시장 위기 예고돼

그간 지방도매시장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숱하게 들려왔다. 학계, 정부, 종사자 등에서 다양한 의견과 함께 대안·대책이 제시돼 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키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들이 지방도매시장에서는 전혀 스며들지 못했던 것이다.  


우선 지방 인구 감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거래 물량이 줄어든데다 도매시장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쟁에서 밀린 도매시장 기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더욱이 도매시장의 본래 기능인 도매는 위축되고 있는 반면 소매기능이 강화되면서 경매장이 협소해져 차량 통행마저 어려운 현실은 지방도매시장 어느 곳에서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지방도매시장은 수집과 분산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도매시장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가격 결정력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제한적인데 지방도매시장간 경쟁만 과열돼 제살 깎아 먹고 있는 현실도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에서 지방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이 운송돼 재거래 되는 ‘전송’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입찰이 끝난 농산물이 다시 지방 도매시장으로 전송되면서 결국 지방 도매시장의 도매기능 상실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외부 시선과 달리 도매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외부는 실시간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내부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곳이 바로 지방도매시장인 것이다.


결국 지방도매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책도 현장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전 논란, 도매시장 제역할 먼저 따져야 

지방도매시장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도시화로 인한 ‘이전’ 논란이다. 도매시장이 생길 당시에는 외곽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새 도심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 도매시장은 교통혼잡, 시설노후화 등 갖가지 사유로‘이전’,‘현대화’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당장 논란을 겪고 있는 곳은 부산 반여, 대구 매천, 광주 각하, 울산도매시장 등이다.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평생 쌓아올린 상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아랑곳없이 이전을 강행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무조건 이전을 강행한다고 해서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가 세금이 투입된 공영도매시장이 어떻게 하면 활기를 되찾을 수 있겠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화에 떠밀려 또다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심도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20~30여년 가까이 사용된 지방도매시장은 노후화로 인해 이전이든 현대화든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화에 밀려 도매시장의 순기능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강행하거나 자치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이전과 현대화 결정이 번복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개설자의 자질 향상 필요하다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생산자에게 제값 보장과 안정적인 판로처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싸고 신속하게 공급키 위함이다. 개설자는 이러한 취지를 공감하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영관리 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지방도매시장 개설자 대부분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관심도가 떨어져 도매시장 역할과 기능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개설자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산물유통과 관련 없는 공무원이 엉터리 행정을 고집할 경우 도매시장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출하주와 농업인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되게 된다. 실제로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방도매시장이 수두룩하다. 


분명한 것은 지방도매시장은 개설자의 의지에 따라 흥망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적기에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지속적인 시설 관리가 당연하지만 재정 상태가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는 도매시장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가성비’를 따졌을 때 투자 대비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도매시장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결국 도매시장이 제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에 따른 행정력이 집중돼야 함이 마땅하지만 대부분 개설자들은 규제와 감시에만 사력을 다하고 있어 도매시장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도매시장 규모화 나서야 

전문가들은 지방도매시장의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모화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꼬집는다. 도매시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통채널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규모화에다 구매 매력까지 갖추지 못한다면 존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총장은 “지방도매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별 특색을 살려 물류 거점화에 나서야 한다”면서“기존 도매시장은 물류창고 기능으로 전환하고 도별 거점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규모화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일내 지방 도매법인들은 통합되거나 문을 닫는 현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위태석 연구관은 “지방도매시장은 독자적으로 농산물 수급시스템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유통 다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지방도매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도매시장법이 중도매인뿐만 아니라 식자재, 요식업체 등 제3자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중도매인이 직접 산지에서 집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김성훈 교수는 “지방 도매시장의 중요한 유통주체인 도매법인이 경매를 통한 역할 외에도 물류나 산지수집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지방 도매시장의 현위치를 지켜나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면서 “지방 도매시장의 수집, 분산 기능 등의 강화를 통해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기존의 거래체계에서 벗어난 다른 거래제도로 도입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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