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자연순환농업협회장(해지음 대표)이 지난 6일 재단법인 글로벌비전네트워크가 주관하는 환경대상을 받았다. 이 회장은 수상소감에서“축산환경 개선은 규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모범적인 현장의 사례를 정책에 담아내고 그 정책을 현장이 실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라며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고 했다. 가축분뇨 자원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발효액비 살포비 삭감, 고질적인 시비처방서 문제 등 현안에 관해 물었다.

 

 


기후환경 분야에서 축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정부도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의 다변화를 통한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퇴·액비 살포지 감소 등의 이유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에 대한 지원정책을 퇴·액비화 유형에서 바이오가스 시설 확대와 고체연료, 바이오차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아직 자원화 시설의 다변화를 담아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고 현장 여건 또한 준비가 덜 되어 있는 형편이다.


바이오 가스화 과정에서 생산되는 소화물 처리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과 고체연료 및 바이오차 시설에 대한 현장적용기술 개발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한 유통체계 구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상존한다.


최근‘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촉진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 축산농가의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로 인해 시설비용에 대한 부담과 바이오 가스화로 발생하는 고형물 처리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탄소 문제에서 축산분야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애로사항이 관련 제도와 정책에 잘 반영돼 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저를 포함, 자연순환농업협회도 이를 위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이 오염물질배출시설 신고를 해야 할 상황이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지난해 9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등 부숙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에 대해 대기오염물질배출신고를 의무적으로 하게 되었다.


당초 2021년 12월 31일까지 신고하도록 했던 것을 자연순환농업협회 등이 환경부에 요구해 준비기를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2024년 12월 31일까지 3년 유예했다.


현재 신고 유예기간이 2년여 남아 있지만, 아직 신고조건을 갖춘 공동자원화시설은 거의 없는 상태다. 밀폐 등 시설 개보수에 드는 막대한 비용문제와 배출가스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고용량의 저감장치 설치 등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올해 초 환경부의 소규모 저감시설 지원사업에서 기존 기신고시설에만 지원하던 것을 공동자원화시설처럼 미신고 시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신고조건에 맞는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 환경부의 소규모저감장치 지원사업이나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자원화시설 개보수 사업 등으로 시설 조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운영비 문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환경부와 신고 유예 문제를 협의할 때 운영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환경부, 농식품부와 만나 이문제에 대한 폭넓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발효액비 살포비가 대폭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들끓고 있다.


가축분뇨 자원화 조직체의 수익은 크게 분뇨 수거비와 퇴·액비 살포비로 나눠진다. 농식품부는 올해 가축분뇨처리 지원사업 중 액비 살포비 지원사업비를 60% 가까이 삭감한 데 이어 내년에는 현 예산에서 다시 50%를 삭감해 중앙예산이 약 20억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가축분뇨 자원화 조직체, 특히 액비 살포비가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액비유통센터의 불만이 크다. 
협회 회원사에서는‘이 예산 규모라면 액비 살포비의 의미가 없다’라면서‘액비 살포비를 대체할 근본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액비살포비는 몇 년 전부터 사실상 일몰 지원사업이었다. 살포비 책정과 지원과정이 복잡하고, 액비 살포비 책정의 기준이 되는 농식품부 소관의 애그릭스(Agrix)와 환경부에서 관장하고 있는 전자인계시스템 간의 데이터 동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많다. 무엇보다 자원화 조직체가 양 시스템을 중복으로 입력하고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협회는 몇 년 전부터 액비 살포비 지원정책을 일몰하고 분뇨처리량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지원방식을 정부에 제안해 오고 있습니다. 이 제안에 대해 농식품부도 긍정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른 시일에 관계부처와 만나 액비 살포비 지원사업 대체방안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지난 7월 비료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시비처방서 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비료사용 총량을 정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비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자연순환농업협회, 한돈협회 등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대응했다.


개정안에서 가축분뇨 발효액은 제외하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별표 5>의 액비 살포기준의 제4호에 규정된 시비처방서에 따르도록 하는 재개정안을 관철해 냈다.
그러나 시비처방서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단위면적당 처방되는 액비 시비량이 절대적으로 적어 시비처방서대로 뿌리면 경종농가가 요구하는 비료성분량을 충족시켜주지 못해 결국 액비 살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액비를 뿌릴 데가 줄어들면 액비 살포가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분뇨 수거량이 줄어들어 전국 분뇨처리체계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협회가 관계부처에 현장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음에도 시비처방서를 규정하고 있는 가축분뇨법의 소관부처인 환경부와 비료공정규격을 관장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간의 이견이 있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협회는 지난 8월에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와의 한차례 실무협의 과정에서 시비처방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향후 환경부와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관련 부처와 자연순환농업협회, 한돈협회 등 관련 단체가 이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시비처방서 개선에 대한 관계부처의 부정적인 견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과 제도가 과연 있을 필요가 있겠나? 
현장에 답이 있다. 액비의 품질과 이용환경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만큼 정부에서 열린 마음으로 좀 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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