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연임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농협 조합원인 농민들 입장에선, 생산비폭등과 농산물값폭락으로 생존권 여부를 묻고 있는 비상 상황에, 장기집권을 꾀하는 이런 얘기는 분통 터지는 일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총 4건의 농협회장 연임제와 관련된 농협법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고, 최근 상임위 논의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하니 선거도 공정할 것이고, 농협의 신경분리와 여타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농협회장의 권한도 분산됐다는게 4개 법률개정안의 공통된 연임제 도입 이유다. 


일선 농민들이 분개하고 시위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논조로, 국회 농해수위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여론을 가장 민감하게 의식하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2019년 내용이 비슷한 농협법 개정안이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때, 당시 법안소위에 참석했던 농식품부 차관은 연임제를 반대했었다. ‘장기 재임에 따른 권한 집중’ 과 ‘막 시행한 단임제 제도적 정착이 우선’이란 이유를 댔다. 당시 차관은 ‘올바로 시행해보지도 않고 제도를 바꾸는데 걱정이 크다’ 고 반대했다.


그렇게 해당법은 2021년 3월 연임제를 빼고 통과됐다.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정부측은 지난달 10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내년 2월말까지 연임제를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차관은‘연임이 시대적 흐름’이란 언급도 했다. 이를 위해 조합원·농민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계획까지 냈다. 입장변화도 이상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농민들의 반대 여론과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 이같은 국회와 정부의 자세에, 농협중앙회 지도부는 힘을 얻는 분위기다.

농협중앙회 노조 간부가 말했듯이,‘삼성그룹에 준하는 막강한 로비력’이 당·정의 지원을 뒷배경으로 연임제 도입에 가속 패달을 밟고 있는 중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국회와 정부의 ‘마비된’태도는 어쩌면 농협의 로비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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