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달 순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농산물을 먹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척’이다. 쌀이나 잡곡을 씻어 밥을 할 때도, 싱싱한 채소로 요리할 때도, 달콤한 과일 한 접시를 준비할 때도 세척은 필수다. 농산물 표면에 남아 있는 농약이나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하기 위함인데, 특히나 ‘농약 걱정 없이 과일 씻는 법’ , ‘잔류농약 없애는 채소 세척법’ 같은 정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골로 올라오는 소재다.


농약은 다양한 병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 농자재다. 그러나 농업환경이나 농산물에 기준 이상으로 남아 있으면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들이 농축산물을 살 때 가장 우선해서 고려하는 요인은‘품질(맛)’이었으며,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안전성’ 이었다. 그래서 최근 농약 대신 유기 농자재를 사용하여 재배하거나 아예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운 친환경농산물 소비가 늘고 있다. 영농현장에서도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제대로 지키면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잔류농약은 안전을 위해 최소화해야 할 요인으로 생각하고 대응 중이다.


잔류농약을 철저히 관리해 먹거리 안전을 높이기 위한‘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적법하게 등록된 농약을 안전하게 사용해서 농산물 중 잔류농약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이 제도의 도입 취지라고 할 수 있다. PLS 시행 전부터 농촌진흥청은 꾸준히 농약 안전 사용 방법을 교육하고 제도를 홍보해 현재는 농업인 대부분이 농산물 안전과 잔류농약 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PLS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은 국민이 마음 놓고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앞서 재배한 작물에 사용한 농약이 다음 재배 작물에 남아 문제가 되지 않도록‘농약의 후작물 잔류기준’을 농약 등록을 위한 농약잔류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드론이나 무인 항공기로 농약을 뿌릴 때 인근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항공방제법’도 연구해 보급하는 등 농산물 중 잔류농약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물 재배 현장에서 잔류농약을 바로 검사해 안전한 농산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농산물안전분석실’설치를 지원해 왔다. 현재 71개 시군에서 분석실을 운영 중이며,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분석기술을 교육하는 등 분석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농산물 중 잔류농약 분석은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해야만 우리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잔류농약 분석 정도 관리 평가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는 농산물 중 잔류한 농약의 종류와 농도의 분석 정확성, 정밀도를 평가해 분석 수준을 인증하는 제도로, 이 평가를 통과한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우수 분석 결과가 농업인에 제공된다.


농산물을 먹을 때 잔류농약 걱정이 큰 것을 잘 알기에 농촌진흥청은 농산물 중 잔류농약을 줄이고 부적합 농산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 농가 소득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