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식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농업연구관

 

1980년대 이전 바나나, 파인애플 등 소위 ‘물 건너온 열대과일’은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맛보았던 노란색 바나나는 사과, 배 등 종전 과일과는 다른 이국적인 모양과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파인애플은 생과는 물론 통조림 제품도 병문안, 집들이 때 들고 가던 고급 선물 품목으로 꼽혔다.


그 당시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인기였던 것은 이들 열대과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 않고 배나 비행기로 수입해야만 하는 귀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보다 수입되는 열대과일의 종류나 양이 많아져 열대과일을 사고 맛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국내산’ 열대과일도 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가능해진 것은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 기온은 1.8도 상승했으며, 이는 우리 농업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나라 기후환경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수 작목을 선발해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선발된 과수는 망고, 백향과, 용과, 올리브, 파파야, 아테모야, 커피, 구아바, 페이조아, 바나나 등 10개 작목이다. 이들 과수 작목의 총 재배면적은 2010년 33.9ha에서 2014년 58ha, 2020년에는 171.3ha까지 늘었다.


열대과일에 대해서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과육, 부산물로 여겨지는 껍질과 씨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돼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열대과일 영양성분 함량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열대과일이 가진 건강기능성분과 그 효능도 밝혀지는 중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 열대과일 중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망고는 눈 건강에 좋다는 루신이 100g당(먹을 수 있는 부위 기준) 52mg이나 들어 있다. 망고에 함유된 망기페린의 경우, 항암, 항균, 항동맥경화, 항알레르기, 항염, 항비만, 진통과 면역조절 등 기능성이 입증되었다.

농촌진흥청은 2004년부터 기능성 농산물의 효능을 연구해 건강에 유용한 효과를 지닌 다양한 농산물을 밝혀내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는 국립농업과학원이 운영하는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농식품올바로(koreanfood.rda.go.kr)’에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 북상과 생산 작목 대체로 열대과일의 재배면적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국제교역이 늘어나고 소비자 기호도가 다양해지면서 열대과일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산 열대과일은 희소성으로 인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공급도 늘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는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재배 농가들의 수익을 보전하려면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패션프루트와 애플망고를 이용한 차, 잼, 정과, 젤리 등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건강기능 효과를 탐색하고 식의약용 소재화로 새로운 수요 발굴에 힘써야 한다. 저장성이 떨어지거나 망고처럼 식물방역법에 따라 고온 소독 후 수입되는 과일은 국내산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배지역, 품종, 생육 조건에 따른 작물의 성분 변화와 수확 후 저장 관리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내산 열대과일의 안전성과 신선도 등 품질을 높여 수입 과일과 차별되는 전략도 강구되어야 한다. 걱정보다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변하는 기후와 상황에 맞는 탄탄한 준비로 열대과일이 우리 농가의 고소득 작물로 단단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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