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농산물유통 산증인, 나이는 숫자 
팔순 앞둔 고령에도 매일 새벽 채소경매 진행

 

 

 ‘물건 좋은데 이 가격은 안돼 더 올려’, ‘상자 값도 안나와 농업인 생각 안 할거야’…. 
지난 5일 새벽 4시 30분 울산시농수산물도매시장내 채소경매장. 100여평 남짓의 채소경매장을 단숨에 휘어잡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주인공은 채소 경매사였다. 30~40명의 중도매인이 참여한 채소 경매는 경매사의 빈틈없는 진행으로 일사분란했다.


그런데 경매사의 말투가 화끈했다. 가만 들어보니 죄다 반발(?)이다. 누군가 따질 만도 하지만 다들 일상인 듯 경매에만 집중했다.


채소 경매장을 휘어잡았던 주인공은 울산도매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맡고 있는 울산중앙청과 이창현 판매이사이다. 무엇보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일 이른 새벽시간에 경매를 직접 진행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이사는 울산중앙청과에서 39년째 근무 중이며 전국 농산물 산지는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농산물유통의 ‘원로 ’이자 ‘산증인’ 이다. 이제는 현직에서 물러나 후진양성에 매진할 만도 하지만 아직도 한참 멀었단다. 


이 이사는“농업인들은 그간 수고한 값을, 중도매인들은 농산물 거래로 생업을 영위할 수 있는 값을, 소비자들은 품질 좋은 농산물에 적당한 가격 등 3가지 주체가 합을 이룰 수 있게 해줘야만 탈이 안난다”면서“단순히 경매를 마친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임에도 경매를 진행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중도매인들의 불만이 단 한번도 제기된 사례가 없다”면서“다만 터무니없는 가격이나 중도매인 입장만 앞세운 가격을 제시할 때면 흥분을 참지 못하고 반말이 뱉어지는 점은 중도매인들에게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제까지 현직에 있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늘‘한해만 더’라는 생각으로 내년에도 현장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대표께 요청해 놨다”면서“근무여건이 열악한 탓에 후진양성이 쉽지 않지만 현장을 지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턴을 터치할 후배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이사는 지난 40여년간 도매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은 경매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의 흐름을 파악해 산지와 소통하고 출하자(농업인)들의 수취가격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경매사의 역할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울산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이냐, 현대화사업이냐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시장 종사자들은 이전보다는 현대화사업이 경쟁력이 앞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하루빨리 현대화사업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울산농산물도매시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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