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진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농업연구사 

 

조선후기 백과사전으로 알려진 이규형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임금님께 오리고기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는 신라시대, 어쩌면 그 이전부터 오리고기를 즐겨왔을 거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에서 오리 사육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고, ‘동의보감’에는 혈액 순환 촉진, 보양 효과 등 오리고기의 효능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건강 보양식으로 사랑 받아온 오리는 1980년대부터 산업화되기 시작하여 2018년 약 1조 3천억 원 규모까지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오리 생산액은 성장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2020년 생산액은 8,130억 원이었고, 2021년 생산액은 1억 1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및 사육 제한에 의해 사육 마릿수가 크게 감소한 탓이 크지만, 보양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오리고기의 경우 가공품이 다양하지 않아 소비 확대에 한계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오리고기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가공품 및 요리방법 개발과 동시에 동물복지 인증을 통한 상품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2021년 국내 동물복지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동물복지인증제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보았다고 답했으며, 93.1%가 동물복지축산물 소비가 농장동물 복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가치소비(meaning out)를 지향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22년 10월 기준, 동물복지 인증농장은 총 401개소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산란계의 경우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전체 농장의 15%에 해당하는 정도로 동물복지 인증이 확대되고 있다. 동물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2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비량이 매년 늘고 있다. 모 식품회사는 2028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식용란을 동물복지 달걀로 바꿀 것을 공표하기도 했다. 


산란계에서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증가하고 있으나, 오리는 인증제가 도입된 2016년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농장이 한 군데도 없다. 동물복지 오리농장 인증 확대를 위해서는 시설 개선과 생산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첫 번째로 수욕 시설 제공을 위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외 여러 동물복지 인증기준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지만 관리 문제와 생산비 증가 등으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수욕 시설의 제공은 본능적 행동 표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동물복지 인증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 동물복지에 대한 생산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장동물의 복지와 축산물의 생산과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가치소비가 확산되는 등 시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생산자들도 동물복지 축산을 시대의 흐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물복지 축산은 기존 관행 축산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가축을 기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 인증을 통해 차별화된 축산물을 공급하여 틈새시장을 구축할 수도 있기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규제가 아닌 새로운 판로로 인식한다면, 오리 산업에 활기를 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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